반탄 김문수 vs 찬탄 한동훈…맞대결 성사 뒤엔 '한덕수 변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김문수·한동훈(가나다순)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국민의힘 대선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황우여)는 2차 경선 투표 결과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고 29일 발표했다. 27~28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5개 여론조사 업체서 1200명씩 총 6000명 응답)와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절반씩 합산했다.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탈락했고, 후보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이겨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했고, 한 후보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기로, 서서 죽겠다는 각오로 이재명 후보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왼쪽)·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문수(왼쪽)·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김 후보와 찬성했던 한 후보가 맞붙으면서 ‘찬탄 대 반탄’ 구도는 선명해졌다.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는 다음 달 1~2일 여론조사 및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3일 전당대회에서 결정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의 접전을 예상했다. 이 중 김 후보가 결선에 진출한 데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막판 단일화를 바라는 지지층·당원의 전략적 선택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 후보는 1~2주 전만 해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세였고, 경선 토론에서도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한 대행이 대선 출마로 기울면서 그와 막판 단일화를 벌일 유력 파트너로 김 후보의 존재감이 재부상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4월 15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청년·대학생들의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4월 15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청년·대학생들의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한덕수 단일화’에 호의적인 의원들이 요 며칠 새 김 후보에게 기울었다”며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층의 표심과 원내·외 조직표가 홍 후보가 아닌 김 후보에게 급격히 쏠렸다”고 말했다. 4강 진출에 실패한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홍 후보보다 강성 색채가 더 뚜렷한 김 후보에게 더 몰렸다는 해석도 있다.

반면에 한 후보의 결선 진출은 탄핵 찬성 대표 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이재명 후보를 잡을 적임자임을 강조한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의원은 “안 후보가 나 후보를 제치고 4강에 진출하자 탄핵 찬성층의 표심이 분산돼 한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말이 돌았지만, 결국 찬탄 표심은 한 후보에게 집중됐다”고 말했다. 

특히 팬덤을 등에 업은 한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선방했을 거란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위드후니’로 대표되는 한 후보의 팬덤 중 당원 수를 수만 명 규모로 본다. 국민의힘 인사는 “이번 당원 투표율이 50.93%(39만4명 참여)임을 고려하면, 적극 투표층인 팬덤 당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탄핵소추 직후 한 후보가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한 후보 팬덤의 상당수는 전략적으로 당원 신분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명운을 가를 변수로 세 가지를 거론한다. 첫째 탈락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의 이동이다. 이날 홍 후보 탈락 뒤 김 후보는 “홍 후보의 꿈과 열정을 잘 모시겠다”고 했고, 한 후보는 “몇 년만 더 먼저 뵀다면 저는 홍준표계가 됐을 것”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당내에선 대체로 홍 후보 표는 김 후보에게, 안 후보 표는 한 후보에게 더 많이 이동할 것으로 본다. 홍준표 캠프 소속인 유상범·김대식 의원 등은 30일 김 후보를 지지 선언한다. 3강인 홍 후보의 지지층이 안 후보보다 많기 때문에, 단순 표심 이동 면에선 김 후보가 이득을 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둘째는 결선 투표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4강 경선 당원 투표율이 51%에 그친 것과 달리 결선에서는 6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승부 예측을 어렵게 하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탄핵 반대 구도로는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는 당원의 전략적 심리가 당원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면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영남 3선 의원은 “외려 한 후보를 비토하는 강성 당원의 표심이 더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언론사 '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언론사 '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앞선 두 변수가 내부 변수라면, 반(反)이재명 빅텐트론은 국민의힘 경선판을 밖에서 흔드는 셋째 변수다. 당장 한 대행이 1~2일 결선 투표 시점에서 출마를 선언하거나, 적어도 대행직에서 물러나면 당심(黨心)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 후보는 출마 초기부터 한 대행과 단일화를 강조한 반면, 한 후보는 현시점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고 경선이 끝난 뒤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는 30일 양자 토론을 벌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인 만큼 30일 토론에서 혈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