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국무총리실
5월 초 대선 출마를 앞둔 한 대행에게 이날 국무회의는 공직자로서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국무회의였다. 총리실 내부에선 한 대행의 모두발언을 두고 “대선 출마문 같다”는 말이 나왔다. 관료의 건조한 문체가 아닌 도약과 결단, 협치 등 정치적 단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듯 “그 어느 때보다 민심에 부응해야 하는 국회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할 때”라며 추가경정예산과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 법안에 대한 국회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한 대행은 이날 민주당이 이달 초 일방적으로 처리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SK텔레콤 유심칩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소비자의 근본적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질책하며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3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최근 한 대행 측은 오 시장 측 인사들에게 대선 관련 도움을 요청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구(舊) 여권 관계자는 “한 대행이 대통령으로서 통상과 경제, 외교 등은 자신이 챙기고 국내 정치는 야당과 협치가 가능한 인물에게 과감히 권한을 이양하는 구상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대행 측 관계자는 “한 대행은 비상계엄과 줄탄핵으로 상징되는 현 정치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한 대행의 제안을 민주당도 대놓고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사퇴한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대선 캠프 구성도 본격 착수했다. 한 대행 측 인사들은 여의도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출마 준비를 도왔던 정무직 참모들과 일부 전·현직 대통령실 인사들의 캠프 합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한 대행 측 인사가 최근 대선과 관련해 오 시장의 지지 및 인력 지원 등을 요청한 것은 맞다”며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1조 달러 수주 및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