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이트 모던에 상륙한 종이 한옥…서도호 ‘집을 걷다’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리는 '서도호: 집을 걷다' 전시에 출품된 ‘러빙/러빙:서울 홈(Rubbing/Loving:Seoul Home)’을 보는 관객.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열린다. EPA=연합뉴스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리는 '서도호: 집을 걷다' 전시에 출품된 ‘러빙/러빙:서울 홈(Rubbing/Loving:Seoul Home)’을 보는 관객.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열린다. EPA=연합뉴스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종이로 만든 한옥이 들어왔다. 서도호(63)의 작품 ‘러빙/러빙 프로젝트: 서울집, 2013~22(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2)’다. 유년기에 살았던 서울 성북동의 한옥 외벽을 종이로 덮고 흑연이나 색연필로 문질러 탁본한 실물 크기 작업이다. 아버지 서세옥 화백이 대목장과 함께 지은 한옥은 나무를 접착하지 않고 끼워 넣어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다. “집을 걷는다(거둔다)”는 목수들의 표현은 그대로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됐다.

본인의 드로잉 앞에 선 서도호. 사진 제네시스

본인의 드로잉 앞에 선 서도호. 사진 제네시스

‘서도호: 집을 걷다(Walk the House)’가 30일(현지시각) 개막했다. 작가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초기부터 근작까지 이력을 탐구하는 전시)다. 전시장 입구의 벽지부터 작품이다. 그의 초기작 ‘후 엠 위?(Who Am We?ㆍ2000)’, 졸업앨범 속 수만 장의 동그란 증명사진을 벽지처럼 만들었다. 같은 듯 다른 군상으로 집단과 부분, 전체와 개인 속 나와 우리의 관계를 묻는 작품이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사람 모양 미니어처들이 조각의 빈 좌대를 떠받친 채 이리저리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공인들’도 전시장 로비를 오갔다.  

런던 테이트모던의 '서도호: 집을 걷다'에 나온 신작 '네스트(Nest/s)'에 들어간 관람객들. 런던=연합뉴스

런던 테이트모던의 '서도호: 집을 걷다'에 나온 신작 '네스트(Nest/s)'에 들어간 관람객들. 런던=연합뉴스

 
비벼 만든 종이집의 촉각적 기억은 광주광역시의 오래된 극장인 광주극장 탁본으로 이어진다. 집의 기억에서 출발해 인간의 이동과 거주, 정체성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게 그의 특기.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서울ㆍ뉴욕ㆍ런던ㆍ베를린 등 작가가 거쳐 간 집들을 색색의 천으로 이은 ‘네스트(Nest/s)’다. 전시를 준비하던 지난해 말 런던 스튜디오에서 기자와 만난 서도호는 “이 ‘불가능한 건축물’ 내부를 누구나 통과할 수 있다. 휠체어 탄 사람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최대 규모“라며 “물리적으로 나는 런던에서 살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지금껏 내가 살던 모든 집이 모이고 겹쳐 공간의 기억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집: 런던, 호샴,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2024’도 새로 나왔다. 작가가 지금 사는 런던 집의 윤곽 속에 이전에 살았던 집들의 문 손잡이, 전등 스위치, 전기 콘센트 등 세부를 바느질해 채웠다.  

서울ㆍ뉴욕ㆍ런던ㆍ베를린 등 서도호가 거쳐간 집들을 색색의 천으로 이은 ‘네스트(Nest/s)’를 보는 관람객. EPA=연합뉴스

서울ㆍ뉴욕ㆍ런던ㆍ베를린 등 서도호가 거쳐간 집들을 색색의 천으로 이은 ‘네스트(Nest/s)’를 보는 관람객. EPA=연합뉴스

철거를 앞둔 런던과 대구의 20세기 주택 단지를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담은 두 영상 ‘로빈 후드 가든’(2018), ‘동인 아파트’(2022)는 지난해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인 바 있다. 카린 힌스보 테이트 모던 관장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마련한 서도호 전시는 집과 정체성,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이동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일간 더 타임스는 “서도호의 가구와 가전은 정교한 디테일과 아름다운 생동감을 자아내며 데미안 허스트의 점과 알약의 가정적인 (그리고 감히 말하자면, 더욱 눈부신) 버전”이라며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를 매겼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이 한국 예술가는 자기가 살았던 집을 연약한 재료로 재현한다. 그 효과는 낯설고 생각을 자극하며 매우 아름답다”며 별 넷으로 평가했다.  

자신이 살았던 집들의 문 손잡이, 전기 스위치 등을 겹쳐 바느질한 서도호의 신작 '완벽한 집: 런던, 호샴,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2024'. 런던=연합뉴스

자신이 살았던 집들의 문 손잡이, 전기 스위치 등을 겹쳐 바느질한 서도호의 신작 '완벽한 집: 런던, 호샴,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2024'. 런던=연합뉴스

‘서도호: 집을 걷다’는 제네시스가 2036년까지 테이트 모던과 이어가는 ‘더 제네시스 익스비션’의 첫 파트너십 전시다. 10월 19일까지.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현대 커미션: 이미래’ 전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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