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오전 7시26분쯤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북서방 51해리(약 95km) 인근 해상에서 적발된 중국 소형 고속보트가 신진항으로 압송되고 있다. 이 고속보트는 정선명령에도 도주하다 검거됐는데 해경은 밀입국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태안해양경찰서
하지만 고속보트는 오히려 32노트(60㎞/h)의 속력으로 중국 방향으로 도주했다. 해경 대형함정 2척까지 가세한 추격전에 고속보트는 오전 8시11분 검거됐다. 배엔 선장을 비롯한 중국인 남성 7명이 타고 있었다. 일부는 구두를 신는 등 조업 복장을 갖추지 않았고 이 배엔 300마력 고속엔진 3대는 물론 연료통 등까지 있었다.
서격렬비도는 동격렬비도·북격렬비도와 함께 충남 최서단 격렬비열도를 구성하는 무인도로 중국에서 밀입국 루트로 꼽히고 있다. 해경은 이들이 고속보트를 타고 국내로 밀입국했을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오는 8월 31일까지 밀항·밀입(출)국 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1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해경이 적발한 밀항·밀입국 건수는 49건이다. 해경 관계자는 “밀항·밀입국은 때를 가리지 않지만 대부분 해상 기상이 양호할 때 발생했다”며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해상 기상이 양호해 이 기간에 중점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거 밀항은 우리 국민이 생계·취업 목적으로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 몰래 입국을 시도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엔 주요 경제사범들이 처벌 회피, 재산은닉 목적으로 밀항한다고 한다. 대규모 밀항 자금과 알선책이 동원되는 등 수법도 고도·지능·은밀화되고 있다.
밀입국은 바다에서 어선이나 화물선으로 갈아타는 수법에서 소형보트를 이용한 방법으로 진화했다. 중국과의 근거리에서 고출력 엔진을 장착한 소형 고속보트 등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밀입국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체 밀항·밀입국 49건 중 14건이 소형보트 등을 이용한 것이었다.

2023년 12월 진도 귀성항에서 낚시어선을 이용해 중국 밀항을 시도하던 이른바 코인왕 존버킴을 검거한 해경. 해양경찰청
해경은 지방청별로 밀항·밀입국 집중단속 대응반을 운영하는 한편 중국해경국, 일본 해상보안청 등 국외 기관과의 공조도 강화할 방침이다. 고민관 해경 정보외사국장은 “밀항·밀입국 관련자나 의심 선박을 발견하면 해경으로 신고해달라. 공익 신고자에 대해서는 포상금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