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낙수 효과, 유럽 진출…체코 원전 수주 반가운 까닭

현재 가동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현재 가동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제 위기 속에 체코 원자력발전(원전) 최종 수주란 ‘낭보’가 들려왔다. 사업 규모 자체가 수십조 원 단위인 데다, 체코의 지정학적 강점이 있는 만큼 낙수(落水)효과가 클 전망이다.

1일 정부·재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한 ‘팀 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을 오는 7일 체결한다. 팀 코리아에 참여한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트럼프 관세’ 외부 충격 등 악재가 줄줄이 쏟아진 상황에서 모처럼 대형 호재가 터졌다”고 말했다.

원전을 수출하는 것 자체가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에 수주한 원전 프로젝트는 체코 두코바니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2029년 공사를 시작해 2036년부터 가동한다. 사업 규모만 26조2000억 원에 달한다.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약 27조 원)과 비슷한 대규모인데다 ▶‘내륙 원전’ 첫 진출 ▶경제 낙수 효과 ▶체코와 경제 협력 강화 등 의미가 크다.

먼저 세계 원전 시장을 이끄는 유럽에서 첫 수주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내륙 원전을 수주했다는 이력을 확보하게 됐다.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필요해 해안에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체코 원전은 내륙에 짓는 ‘담수형 원자로’다. 냉각탑 등 추가 시설이 필요한 만큼 기술력이 중요하다. 내륙 원전을 만든 경험이 있는 미국·프랑스와 경쟁해 따낸 수주란 점에서 향후 글로벌 수주 경쟁에도 유리할 수 있다.

낙수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수원과 한전기술·한전KPS 등 한전 계열사뿐 아니라 민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설비), 대우건설(시공)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서다. 정부는 원전 기자재와 부품사 등 300여 곳이 현지에 동반 진출할 것으로 본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분석에서 원전 1기를 수주할 경우 수익에서 한전 측 기술이 10~15%, 두산에너빌리티와 관련 기자재 업체가 20~25%, 대우건설 등 시공사가 30~40%를 가져간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체코 원전 순공사비를 19조4380억 원으로 추정할 경우 주기기 공사 등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전체 공사비의 약 44%(44%8조5480억 원)를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사진 오른쪽부터)이 지난해 9월 체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사진 오른쪽부터)이 지난해 9월 체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체코 자체가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란 점도 청신호다. 체코는 국내 자동차·전자·2차전지 등 관련 업체 100여 곳 이상이 진출한 ‘유럽의 공장’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체코 공장은 유럽 지역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두산은 최근 두산스코다파워를 현지에서 상장했다. 전장 사업에 집중하는 LG는 2018년 체코의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한 데 이어 2차전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유럽 시장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넥센타이어는 올해 현지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낙수 효과도 있지만, 원전 건설을 계기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향후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