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방송법∙노란봉투법까지…민주당, 거부법안 모조리 재추진

더불어민주당 윤여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 이재명 대선 후보, 박찬대, 강금실 선대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윤여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 이재명 대선 후보, 박찬대, 강금실 선대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다시 입법 드라이브를 위한 몸풀기에 돌입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 건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방송 3법 등 앞서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 다수를 5월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미리 되살려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통화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당장 일이 급하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며 “대선 선거 운동 동안 당이 새 국정운영 기조를 세우고, 정책 등 집권 플랜을 미리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당 정책위원회가 “민주당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공식 선거가 시작되는 5월 12일 전, 늦어도 5월 9일까지 각 상임위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포함해 주요 법안 심의를 서둘러 달라”고 공지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문제는 학계 및 경제계 우려가 큰 법안들이 170석 민주당의 집권 시 재추진 우선 수위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1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조법 제2·3조의 개정(노란봉투법)을 2025년 정기국회에서 즉시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정책협약서에 서명했다. 노란봉투법의 재추진은 이날 오전 발표한 노동정책에도 포함됐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 때 민주당이 국회에서 두 차례 단독 처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했다.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는 재계 우려가 여전하고,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는 지난달 29일 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시 약 10조원의 GDP(국내총생산) 손실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한켠에서는 강성 친명계 의원들이 방송 입법 ‘대반격’을 벼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민희 위원장·김현 간사 등이 참여하는 당내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김 의원은 이틀 뒤 라디오에서 “방송을 정상화시키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통위 설치법과 ‘류희림 방지법’(방통위법 개정안) 이런 것들을 다 모아서 5월 달 안에 처리하는 방법이 1단계”라며 “불가하면 6월 초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된 법 개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 탄압으로 언론 자유가 훼손됐다”(박찬대 대표 대행)는 인식에 따라 방통위를 ‘미디어국’과 ‘언론국’ 등으로 분리 개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YTN 노조위원장 출신 노종면 의원은 지난달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 대표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 운영을 의무화하고, 보도 책임자의 경우 직원들의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만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방송법은 주로 공영방송 3사(KBS·EBS·MBC)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과방위에서 ‘YTN민영화 등 방송·통신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계 반대가 큰 상법 개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훈식·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룰 시간도 이유도 없다. 지금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시작하자”고 기자회견했다. 이 후보가 지난달 21일 공약한 ‘더 세진’ 개정안을 밀어붙이자는 취지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조항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세 차례 폐기된 양곡관리법도 지난달 수정 재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이 경제계가 반대하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중도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정책들이 사실은 가짜 경제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경선 후보는 지난달 2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우파 정책 비슷한 얘기를 하지만, 내용을 보면 빚 내서 지역화폐를 뿌리는 경제정책과 노란봉투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문수 후보도 지난달 30일 “또다시 노란봉투법 추진에 불을 붙였다. 법 위에 군림하는 귀족노조 무법천지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때 아닌 입법 드라이브는 박찬대 지도부의 존재감 과시용”(수도권 3선)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YTN청문회 추진이 “대선을 앞두고서 대놓고 편파방송의 판을 깔아보겠다는 흉계”라며 “이재명 민주당 세력이 꿈꾸는 것은 히틀러식 총통 권력이고, 국회의원 ‘입틀막’하면서 방송장악 청문회를 열겠다는 최민희 위원장이 꿈꾸는 것은 괴벨스의 역할”이라고 지난달 25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