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29개 규제 철폐했지만…토허제 등 숙제도 남겼다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회에서 시민 제안이 담긴 규제철폐 모래주머니를 전달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서울시]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회에서 시민 제안이 담긴 규제철폐 모래주머니를 전달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연초부터 추진한 규제 철폐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최초로 국장급 규제혁신 전담 조직 신설을 공식화했다. 규제 철폐 과정에서 등장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등은 논란만 남긴 채 철회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7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그간 서울시는 ‘규제철폐 100일 집중 추진 기간’을 가동해 시민·기업·공무원·산하기관 등으로부터 2500여 건의 규제철폐 제안을 신청받았다. 이후 규제철폐 전문가심의회의 심층 검토를 거쳐 총 129건의 규제를 철폐했거나 향후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회에서 성과를 청취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서울시]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회에서 성과를 청취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서울시]

전문가들은 4개월가량의 짧은 기간에 일평균 1건 정도의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원에서 장사하는 행위를 일부 허용(규제철폐안 5호)하거나 중장년 참여를 제한했던 ‘매력 일자리연령 상한제’를 폐지하고(7호), 청년안심주택에 반려동물 양육 규정을 폐지(104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이날 추가로 2건의 규제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규제철폐안 128호는 ‘좋은빛위원회 심의 개선’이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 대형 건축물·공동주택은 옥외 조명을 설치할 때 좋은빛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건축 인허가 시 사업이 지연되고, 조명 디자인의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심의대상을 완화한다. 연면적 2000㎡ 이상 또는 5층 이상의 건축물,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인 심의 대상을 연면적 2만㎡ 이상 또는 16층 이상의 건축물, 10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으로 완화한다.  


규제철폐안 129호는 ‘법인택시 교육장 주변 구인 활동 제한 폐지’다. 현재는 교통회관·한국교통안전공단·운전적성정밀검사장 등 신규 택시 자격 교육장 주변 100m 내에서 법인택시 운송사업자는 구인활동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제한하던 해당 규제를 앞으론 법인택시조합에서 주관하는 자율규제로 전환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열린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열린 '규제철폐 100일 성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129건의 안건과 별개로, 서울시가 시민을 대신해 중앙 정부에 철폐를 요구했거나 요구할 예정인 규제도 있다. 예컨대 식품위생법상 신규영업자는 집합 교육을 통해 식품위생교육(4~8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론 온라인 교육 확대를 요구할 예정이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등록 기준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건물은 리모델링 등을 통해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해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정부에 해당 규정 삭제를 건의하고, 안전을 확인한 건물은 등록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중앙 부처 차원에서 법령·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 서울시 규제철폐안으로 번호를 매기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철폐 창의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3.4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철폐 창의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3.4 [사진 서울시]

국장급 규제혁신 전담 조직 신설 
일부 안건은 철폐를 추진하다가 논란이 오히려 커지기도 했다. 토허제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공인중개사를 한다는 시민이 지난 1월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제안한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도 토허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온 만큼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답변한 이후 2월 12일 토허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3월 19일 토허제를 확대·지정했다. 참고로 토허제는 규제 철폐 사례로 제안받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규제철폐안과 별개로 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한 사안이다.  

정비사업 시비 보조 요건 완화(115호),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상업·준주거지역 내 비주거용도 비율 완화(1호) 등 부동산 분야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 분야는 서울시 조례로 신속하게 규제를 철폐할 수 있는 분야라 초반에 건설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지만, 이후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불특정 시민·기관으로부터 완화할 규제를 물색하다 보니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완화 대상을 어떻게 선정했는지에 대해 구체적 기준·절차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다. 예컨대 정비사업 동의율 완화 등 일부 정책은 공식적인 영향 평가 등을 거쳐서 차근차근 정책을 결정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영향 평가 등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고, 필요한 절차는 대부분 거쳤다”며 “모든 규제는 양면적 속성이 있어서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규제 혁신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규제혁신기획관을 신설한다. 3급 국장급 조직인 규제혁신기획관은 산하에 과장급인 창의규제담당관·규제개선담당관을 설치한다. 또 민간 전문가를 규제총괄관으로 위촉해 규제 혁신 추진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총괄관은 관련 부서(과)를 묶어 현안 중심으로 부서 간 연계·조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더 과감하고 집요하게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