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신임 총리. AP=연합뉴스
메르츠 총리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독일 국내 정치를 독일에 맡기고, 당파적 사고방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고,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편들지도 않았다”며 “미국은 그동안 극단주의와 중도를 구분할 줄 아는 나라였다”고 꼬집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극우 성향의 제 1야당인 독일대안당(AfD)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비판이다.
지난 2월 총선을 앞두고 미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며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X(옛 트위터)에서 라이브 대담을 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총리보다 바이델 대표를 먼저 만난 뒤 “민주주의는 민심이 중요하다”며 AfD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극우와는 손을 잡지 않는다'는 독일 정계의 불문율에 따라 총선 이후 독일의 정당들은 AfD를 배제하고 연립 정부 출범 교섭을 했다. 또 독일 내무부 소속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은 지난 2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반하는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며 AfD를 ‘반헌법단체’로 공식 지정했다. AfD가 이민자에 대한 극단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반발했다. “독일 정부가 정보기관에 야당을 감시하게 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위장된 독재다”(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서방이 함께 무너뜨린 베를린 장벽을 옛 소련이나 러시아가 아닌 독일의 기득권 세력이 재건했다”(밴스 부통령), “민주주의에 대한 극단적인 공격”(일론 머스크)이라며 독일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독일 외교부는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며 “우리는 극우 극단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교훈을 역사에서 얻었다”고 반박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