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이 희생만 강요"…의대생들 복귀한 이유 들어보니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김종호 기자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김종호 기자

"학교를 오랜만에 다니니까 정말 좋아요. 공부도 재밌어요."

지역 의대 본과생 A씨는 7일 통화에서 복귀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A씨는 학교의 복귀 시한(지난달 30일)을 하루 앞두고 복귀했다. 복귀 배경에 대해선 "투쟁을 강요하는 의대생 단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이주호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정 갈등 사태 이후로 의대생을 처음 만났을 당시 "정부의 2026년 모집인원 3058명 확정 발표는 사태 해결의 초석"이라며 이 장관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A씨가 다니는 학교의 복귀율은 10%대로, 교육부가 추산한 전국 의대 수업 참여율(25.9%)보다 낮은 수준이다. A씨는 "학생들은 단일대오를 깨느니 유급·제적을 감수하겠다는 게 아니라 동기나 학교 분위기에 따르고 싶어하는 경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복귀율이 전반적으로 올라간다면 학생들도 우후죽순 다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A씨 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생 전원이 복귀했다고 한다. 

그는 "막상 학교로 돌아와 보니 복귀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투쟁이 장기화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의사 면허를 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정부가 지난해처럼 올해도 추가 유연화 조치를 통해 구제해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이 너무 안타깝다. 유급이나 제적은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와 각 의대는 이날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유급을 확정한다. A씨는 "정부가 이번엔 '진짜로 한다'는 용단을 보여달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학생들도 유급·제적이 가능한 조처라 보고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귀 의대생 4명 얘기 들어보니 

지난 4월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뉴시스

지난 4월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뉴시스

복귀 의대생 사이에선 "투쟁 명분이 없는데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각 의대 대표들이 자퇴서를 제출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역 의대 본과 1학년 B씨는 "현재와 같은 수업 거부 투쟁은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해 복귀하기로 했다"며 "의대생들이 집단적 광기에 빠졌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처럼) 하나둘씩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나도 지난해엔 그들(강경파 의대생)과 똑같았다"면서도 "자퇴서를 내겠다는 의대협 방식은 면피에 가깝다. 전체를 위한 일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복귀한 지역 의대 본과생 C씨는 "학생들은 차기 정부가 본인들을 구제해줄 것이란 믿음이 크다"고 전했다. C씨는 학년 전체에서 단 2명과 수업을 듣고 있다. '출석 부족으로 인한 유급은 불가역적'이라는 학교의 숱한 공지에도 이 학교 의대생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C씨는 "학교가 아무리 강경해도 학생들은 정부와 합의할 것이라고 본다"며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대책 없는 투쟁 방식에 환멸이 느껴져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는 지역 의대 본과생 D씨도 "학교가 뒤숭숭한 분위기"라면서도 "강경파가 인생을 책임져주진 않는다. 다들 돌아와서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