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차리던 한덕수 달라졌다…"김문수 구태 정치, 약속 지켜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구태 정치인’이라 지칭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전날 저녁 단일화 논의를 위해 종로구 한 식당에서 김 후보를 만나 “후보님, 고생이 많으시다”“정치를 오래 하셨으니까 굉장히 익숙하시겠다”며 예의를 차렸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뉴스1

 
한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전날 회동에서) 아무런 대안도 갖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는 “김문수 후보는 ‘내가 당 대표하는 사람인데, (단일화와 관련해) 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냐’고 하는 데 정말 사소하고 아무 중요성도 없는 얘기”라며 “국가와 국민의 근본적인 삶과 연계돼 있는데 자기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건 구태 정치인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가 그동안 (대선 경선에서) 수십번 한덕수와 즉각 단일화를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라고 얘기하겠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대한민국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에게 못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전날 김 후보가 자신과 저녁 식사 뒤 기자들에게 “후보 등록할 생각이 없는 분이 왜 대선에 나왔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선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게 아닌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대선 후보 사무실에서 김재원 비서실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대선 후보 사무실에서 김재원 비서실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 후보의 발언은 이날 오전 8시 40분쯤 김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14일에 방송 토론, 15일과 16일에 여론 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는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김 후보의 제안은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후보는 지난 7일 김 후보와의 회동 전 단일화 실패 시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마련된 추모관을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부부 영전에 헌화, 분향한 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한 바탕을 마련해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방명록엔 “경제 기적 첫발을 떼신 대통령, 제가 모신 첫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님의 뜻을 영원히 마음속에 새기고 간직하겠다”고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선 “정책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정치인과 당이 있다. 국리민복은 저리로 가버리고, 그냥 표 되는 거라면 무조건 이야기하고, 오늘 한 말을 내일 바꾼다”며 “박 대통령이었으면 어림없었을 일이다. 이것이 나라를 살리는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 후보는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에겐 고무된 표정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거나, 먼저 악수를 청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평소 언론과 거리를 뒀던 점을 의식한 듯 “제가 여러분 앞에 서겠다. 오늘 김문수 후보와의 회동이 끝나면 사실이 아닌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확고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전날 김 후보와의 회동 뒤 대변인에게 설명을 맡긴 뒤 현장을 떠났었다. 한 후보 캠프도 “김 후보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발언을 최소 22차례 이상 했다”는 브리핑을 했다.  

오후 4시 30분으로 예정된 두 후보의 2차 회동을 두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김 후보가 이날 오전 관훈토론회 직후 “오후 4시 30분에 한 후보와 만나겠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한 후보 측은 서면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어떤 연락도 없이 기자분들에게 일방적으로 밝혔다. 4시도 좋고, 4시 30분도, 자정도, 꼭두새벽도 좋다. 기자분들에게 일방적으로 말씀하셔도 좋다”며 “저희는 속보를 보고서라도, 언제 어디든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