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 커피숍에서 1:1로 공개 만남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 2025.05.08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8일 관훈토론회에서 “제가 당무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 문제는) 저하고 논의해야 된다”고 했다. 앞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선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 현 시점부터 당 지도부의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서 “제가 당무우선권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들(지도부)이 전당대회를 소집해서 후보를 교체하려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선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후보의 지시 없이 전대를 소집한 게 무효라는 취지다.
국민의힘 당헌 제74조는 ‘대통령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명시했다. 2003년 6월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당헌 제96조에 처음 등장한 당무우선권은 이후 당헌ㆍ당규 개정 과정에서 지금의 조항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무우선권이 곧 비상대권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 사무에 관해서 본인이 우선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지, 통상적인 비대위의 활동이나 결정을 후보가 뒤집을 수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당무우선권이 당의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대 대선 과정에서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발동한 사례는 두 번 있다. 2017년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가 대선을 3일 앞두고 표 결집을 위해 당원권이 정지됐던 친박계 의원들과 탈당했던 의원들의 복당을 결정한 ‘대사면’이 첫 사례다. 당시 정우택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서도 반발이 있었지만, 홍 후보의 당무우선권이 관철됐다.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20170831/국회/박종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야기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5/08/b324aef0-628c-4eab-ac09-d0d9a7c58dd4.jpg)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20170831/국회/박종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야기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대표도 당무우선권을 놓고 충돌했다. 당시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의 측근인 한기호 사무총장을 내치고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고자 했다. 이 대표가 저항했지만, 최고위원회 내부에서도 “윤 후보가 비상대권을 가져가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후보 뜻이 관철됐다. 당시 윤 후보 손을 들어준 게 현재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이다. 윤 후보는 이듬해 1월에도 이 대표 반발을 무릅쓰고 전략기획부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앉혔다.
당내에선 “조항 자체가 ‘필요한 범위’, ‘당무 전반’ 등 포괄적 문장으로 구성돼 해석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역대 사례에서 후보 측 주장이 우세했던 건 “후보의 당내 입지가 그만큼 탄탄했기 때문”(당 관계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무우선권은 긴급한 상황에서 지도부 의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지, 지도부 권한을 무력화하란 취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도부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대통령후보자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정한다’는 당헌 제74조 2항 특례규정을 단일화 로드맵 추진의 근거로 든다. 단일화 시급성이 ‘상당한 사유’에 해당되므로, 지도부가 후보의 의사와 무관하게 단일화 로드맵을 의결할 수 있단 주장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022년 9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에 “당무우선권을 무시하면 향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는 김 후보 의사를 무시하는 근거로 ‘전 당원 투표 결과’를 들고 있지만, 투표 참여율은 30%에 불과하다”며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날 의총에서도 주호영 의원 등이 “(김 후보가 반발해) 가처분을 내면 우리가 아예 후보를 못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정당 내부 사정”이란 취지로 김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ㆍ기각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2022년 친윤계가 이준석 대표 축출을 위해 당헌ㆍ당규를 개정한 뒤 비대위를 출범시켰을 당시, 이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2심에서 기각됐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핵관들이 논리적 모순이 심하다”며 “윤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나에게 ‘후보 당무우선권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을 갈아치우고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테니까 이준석은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이제 와서 김 후보에게 당무 우선권이 없다고 얘기하는 건 말 그대로 식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