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민원실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공수처 수사3부(부장 이대환)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전후 국가안보실 회의자료 및 대통령실 출입기록·내선통화기록 중 일부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VIP 격노설이란 당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경찰에 피의자로 넘기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 재수사를 거쳐 임 전 사단장은 피의자에서 제외됐다.
공수처는 전날인 7일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대통령실과 압수수색 대상·범위를 놓고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 내부 검토가 길어지면서 8일 오후 4시30분쯤 요청 자료 중 일부를 확보했다고 한다. 형사소송법 제110·111조는 군사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와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에 대해서 압수수색할 땐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상 기관의 협조하에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대통령경호처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2분 48초간 통화했고, 직후 해병대의 수사결과 경찰 이첩 보류 및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4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VIP 격노설과 비슷한 취지의 대화 내용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을 복원했다.
이날 일부 자료 확보에도 공수처 수사가 크게 진척되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3년 8월 고발장 접수로 수사가 시작된 지 2년째 접어들었지만 실제 윤 전 대통령이 수사 발표에 개입했는지 등에 대한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나 물증 확보 단계에 이르지 못해서다. 지난해 7월엔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내역도 확보했지만, 이종섭 전 장관과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 등의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내역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한 공문서는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관련자 진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1심 판단도 참고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지난 1월 군사법원에서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수처는 9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불러 포렌식 참관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