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방주의·괴롭힘 맞설 것” 푸틴 “신나치주의와 싸울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 후 서명식에서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 후 서명식에서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새 시대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또 세계 전략적 안정에 관한 공동성명, 양국 투자 촉진과 상호보호에 관한 협정 등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을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양국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러시아와 중국이 주요 국제 문제와 관련해 공통되거나 비슷한 접근법을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 행사 참석을 위해 전날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크렘린궁의 세인트조지홀에 깔린 레드카펫을 따라 홀 중앙에 세워진 대형 양국 국기 사이에서 악수하며 우의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을 "나의 오랜 동지"라 불렀고,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동지"라 화답했다. 시 주석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행보를 의식한 듯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적 괴롭힘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중 양국은 신(新)나치주의와 군국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중국과 러시아는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국 국민을 위해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일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성대한 열병식에 중국 의장대도 참여할 것”이라며 “외국군 병력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양국 군사 교류를 과시했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환영의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렘린궁 사이트 캡처

8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환영의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렘린궁 사이트 캡처

두 정상은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맞서 강력한 연대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올바른 제2차 세계대전 역사관을 공유하고, 유엔의 권위와 지위를 수호하며, 중국·러시아 및 여러 개발도상국의 권익을 지키겠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이어 공식 오찬과 티타임 등을 함께하며 비공식 대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종전협상과 관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하며 미국에 맞서는 다자협력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쑨좡즈(孫壯志)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 연구소장은 “이번 회담으로 에너지 협력 등 전통적 분야 외에도 디지털 경제, 국경 간 전자상거래, 바이오 의약 등 신흥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 관계자는 가격 문제로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서시베리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2’ 건설에서 새로운 합의를 기대한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날 만남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열린 첫 대면 회담이다. 시 주석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70주년인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러시아는 올해 80주년 행사에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29개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성사되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북한 대표로는 대사급이 참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