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91억4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연속 흑자 기록은 23개월로 늘어났다. 뉴스1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91억4000만 달러(약 12조8197억원) 흑자였다. 지난 2023년 5월부터 23개월 연이어 흑자를 봤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연속 흑자 기록이다.
경상수지 규모도 컸다. 3월 경상수지는 전월(71억8000만 달러) 대비 19억6000만 달러 늘었는데, 3월 기준으로 2016년과 2015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액수다. 이 영향에 올해 1분기(1~3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192억6000만 달러)도 지난해 1분기 흑자 폭(164억8000만 달러)을 웃돌았다.
경상수지는 외국과의 경제적 거래에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뜻한다. 상품과 서비스, 투자, 임금 등을 망라하는데 경상수지가 흑자면 들어온 돈이 나간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3월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건 수출이다.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한 593억1000만 달러(약 83조2275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전월 대비 3월에 11.6%(통관 기준) 늘면서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불확실성과 중국 저가 반도체 공습에 지난 2월 전월 대비 감소했던 반도체 수출이 한 달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컴퓨터 등 정보통신(IT) 품목의 수출 증가 폭도 확대했다.
3월 수입액도 532억9000만 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2.3%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85.1%) 같은 자본재(14.1%)와 승용차(8.8%) 같은 소비재(7.1%) 수입이 늘면서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에도 가스 도입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월(-9.2%) 대비 원자재 수입액 감소 폭(-7.5%)은 다소 줄었다.
3월엔 서비스수지 적자 폭(-22억1000만 달러)도 전월(-32억1000만 달러)보다 감소하면서, 경상수지를 늘렸다. 겨울방학이 끝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줄었고, 반대로 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2월 대비 3월 여행수지 적자 폭이 감소(-14억5000만 달러→-7억2000만 달러)했다.
‘서학 개미’가 해외 주식 직접 투자를 늘린 것도 경상수지에 도움이 됐다.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증권투자가 늘면서(3월 순자산 기준 76억4000만 달러) 배당소득이 증가했다. 배당소득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3월 32억3000만 달러로 2월(26억2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미국의 관세 영향이 아직 경상수지에 직접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도 미국이 관세를 본격 부과하기 시작하면 경상수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기본 관세와 품목 관세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추가 상호 관세는 유예됐고, 의약품·반도체 관세는 확정되지 않아서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라며 “경상수지 전망을 하향 조정해야 할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조정할지는 불확실성이 커서 진행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