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백인 남아프리카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인 남아공 농민들이 정부 주도의 인종차별로 농지를 몰수당하고 있다”며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9일 59명의 망명을 공식 승인했다.
남아공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 목적을 위한 토지 수용법을 시행 중이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정책)로 인해 발생한 경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백인 공동체 일부는 이를 ‘역차별’로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등 일부 남아공 출신 인사들도 이 입장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남아공 정부는 “사실무근이며 정치적 공격”이라는 반박 성명을 냈다. 이날 출국에 대해선 “국민의 출국은 막지 않겠지만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백인 남아프리카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통상 수년 걸리는 난민 심사를 단 3개월 만에 마무리한 점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례적”이라며 비판했다고 NYT가 전했다. 특히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쟁과 기근을 피해온 난민은 수용을 거부하면서 백인 남아공인에게만 문을 연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민정책연구소(MPI)는 “백인 소수만을 특정해 난민 지위를 부여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실상 난민 입국을 중단한 가운데, 특정 인종만을 위한 항공기 지원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양국 간 관계에 영향이 미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양국 모두에서 강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NYT는 “이미 긴장 상태인 미국과 남아공 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 정부의 대이란 협력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기한 이스라엘 관련 소송 등을 문제 삼아 비판해온 배경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