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드론 공격에 대비하는 ‘길리슈트(수풀로 뒤덮인 위장복)’ 차림 특수부대원들의 훈련을 시찰하면서 ‘전쟁준비 완성’을 강조했다. 러시아 파병으로 체득한 현대전의 경험을 본격적으로 실제 전투에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4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13일) 국방상 노광철, 총참모장 리영길, 총정치국장 정경택 등이 수행한 가운데 북한군 수도방어군단 제60훈련소에서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을 참관했다. 이 자리에선 만능대대 기준 돌파를 위한 특수작전 구분대들의 전술종합훈련, 전차병 구분대들의 대항 경기, 시범화력 협동훈련이 실시됐다고 북한 매체는 보도했다. 만능대대란 우수 부대에게 수여되는 북한식 칭호로 보인다. 이날 만능대대에는 러시아 파병에서 핵심을 담당한 ‘폭풍군단’ 제11군단 관하 구분대 전투원이 선정됐다.

 
매체는 또 김정은이 “우리 혁명무력이 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전선은 반제계급전선이고 가장 사활적인 임무는 전쟁준비 완성”이라며 “전투훈련이야말로 제1의 혁명과업”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법론으로 과학적 전투훈련 체계 수립을 제시한 김정은은 “최근 현대전의 발전양상과 변화추이에 맞게 인민군대 각급에 훈련 중시 기풍을 철저히 세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북한군이 드론을 운용하는 장면, 저격병이 길리슈트를 입은 모습 등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쌓은 드론전 능력을 과시한 것 같다”며 “드론 공격에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은폐 기술이 길리슈트에 적용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길리슈트 차림의 병력은 김정은이 지난달 4일 특수작전부대들의 훈련기지를 방문했을 때도 등장한 적이 있다. 드론의 위력을 실감한 북한군이 차단 전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제계급전선’이라는 용어가 나온 점 역시 러시아 파병 맥락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군사 공조로 자신들만의 전선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주변 수행원이 정체가 불분명한 검은색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군 안팎에선 해당 가방이 핵무기 발사를 위한 암호책과 비화기 등을 담은 ‘핵 가방’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작동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핵 가방의 존재를 부각함으로써 전술핵 선제사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해당 가방에 방탄판 등이 담겼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호원으로 보이는 수행 인원이 김정은과 등을 지고 있는 게 원거리 저격을 경계하는 자세라는 해석이다. 무리한 파병 후 민심 이반으로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경호의 수위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