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어 대문자 ‘DOWN!!!’을 써 가며 물가 ‘하락’을 강조한 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에 “유럽과 중국이 그랬듯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너무 늦는 파월은 뭐가 잘못된 걸까. 번영할 준비가 된 미국에 불공평한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인플레이션이 잡혔으니 이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이 항상 늦는다고 비판하며 미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속히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4월 관세수입 163억달러…월간 최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경제는 급격한 둔화세를 보이며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로 지난해 2.8%를 찍은 성장률과 비교해 예상보다 큰 하락폭을 보이자 초고율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렀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페드로항 야적장에 콘테이너 화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부 호전 지표에 트럼프 반색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지난달 관세 수입이 급증한 것은 철강ㆍ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와 4월부터 교역 대상국에게 일괄적으로 부과하기 시작한 기본관세 10% 수입이 반영된 것으로 추산되지만, 눈덩이처럼 커져 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까지 미 연방 정부 적자는 1조500억 달러로, 4월에 거둔 기록적인 관세 수입을 1년 내내 유지하더라도 전체 재정적자의 1.8%에 불과하다.
“실효관세율 17.8%…성장률 둔화”

박경민 기자
관세정책의 부정적 영향은 하향세를 그리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에서도 드러난다.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공개하는 평균치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트럼프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2%로 부정평가(43%)보다 9%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3월 4일 캐나다ㆍ멕시코에 관세 25%를 부과한 데 이어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 25%를 적용한 3월 12일부터 지지율 그래프는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향 돌파하는 현상)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상호 관세를 발표한 4월 2일 부정평가와 긍정평가 간 격차가 더욱 벌어져 13일 현재 부정평가 51%, 긍정평가 44%로 취임 직후와 180도 정반대인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