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타격 난조에 시달리던 이정후가 애리조나전에 석 점 홈런 포함 2안타를 기록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8회 석점 홈런을 때린 직후 세리머니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정후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MLB 홈 경기에 4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석 점짜리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멀티 히트 모두 지난 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6경기 만이자 7일 만이다. 시즌 타율을 0.285에서 0.288(163타수 47안타)로 끌어올렸고 OPS(출루율+장타율)도 0.787에서 0.805로 상승했다.
이정후가 안방 오라클 파크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린 건 올 시즌 처음이자 지난해 4월21일 애리조나전 이후 388일 만이다. 올 시즌 앞서 기록한 4개의 홈런은 양키 스타디움(3개)과 리글리 필드(1개) 등 원정 경기장에서 나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활약을 앞세워 애리조나를 10-6으로 꺾고 최근 4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시즌 25승(18패)째를 거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27승15패)에 두 게임 반 차로 따라붙었다.

8회 스리런 홈런 직후 동료들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정후(오른쪽). AP=연합뉴스
1회 첫 타석에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난 이정후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안타를 때려내 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상대 선발 브랜던 파트의 2구째 시속 138.7㎞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날려 보냈다. 5회와 6회는 각각 삼진과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근래 들어 이정후의 방망이가 급격히 식은 건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은 영향이 크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MLB 양대리그를 통틀어 가장 먼저 두 자릿수 2루타를 기록할 정도로 호쾌한 타격을 선보였지만, 이후 투수들이 코너 워크에 신경 쓰고 변화구 배합 비율을 바꾸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반 꾸준히 3할을 넘나들던 브레이킹볼(상하 낙폭이 큰 볼)과 오프스피드볼(직구와 섞어 던지는 느린 볼) 대응 타율이 나란히 1할대까지 추락하면서 타율과 장타율, 출루율까지 동반 하락했다.

이정후 서포터스 '후리건스'가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 AP=연합뉴스
선구안도 살아나는 추세다. 타격 부진을 겪을 때 초구~3구 사이에 성급하게 방망이를 내는 일이 잦았지만, 최근엔 볼을 끝까지 보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타석이 늘고 있다. 이날도 2루수 땅볼에 그치긴 했지만, 1회 첫 타석에 풀카운트 승부를 8구까지 이어가며 상대 선발 파트를 괴롭혔다.
한편 LA 다저스 내야수 김혜성(26)은 대타로 출전했지만 안타를 기록하지 못 했다. 애슬레틱스와의 홈 경기에 1-9로 뒤진 8회 무키 베츠 대신 타석에 들어서 상대 우완 그랜트 홀먼의 스플리터를 받아쳤으나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0.304(23타수 7안타)로 소폭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