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금 이용 10%대, 7년 만에 ‘반토막’

지난해 한국인이 돈을 쓸 때 현금을 사용한 비중이 10%대로 떨어졌다. 신용카드에 이어 모바일 간편결제까지 활성화되면서 ‘현금 기피’가 심해졌다. 

15일 한국은행의 ‘2024년 지급수단·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수단으로 현금을 이용한 비중(건수 기준)은 15.9%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355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지급수단으로 신용카드(46.2%)를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현금은 체크카드(16.4%)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카드(12.9%)를 사용했다는 응답도 현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급수단으로 현금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중. 한국은행

지급수단으로 현금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중. 한국은행

 
현금을 쓰는 비중은 매년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2013년 현금을 이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41.3%에 달했지만, 2017년 36.1%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1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약 7년 새 현금 사용 비율은 반토막이 났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낮다. 월드페이 설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현금 사용도(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때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 금액 기준)은 2023년 10%였다. 주요 40개국 중 29위로 전체 대상국 평균(23%)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대 응답자가 1순위로 선호하는 지급수단으로 신용카드(54.7%)를 가장 많이 꼽았다. 50대 이하는 신용카드에 이어 모바일카드를 두 번째로 많이 지목했다. 60대 이상만 신용카드(52.1%) 바로 다음으로 현금(30.2%)을 선택했다. 체크카드(13.7%), 모바일카드(2.9%) 등 비율은 그에 한참 못 미쳤다.  

현금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20대(3.6%)·30대(2.9%)·40대(2.7%)·50대(5.5%)에선 한 자리 수에 불과했다. 20~40대를 중심으로 현금 사용을 꺼렸다. 비대면 거래, 간편결제 확산과 맞물려서다.  


향후 비대면 결제 수단이 다양화되고, 스테이블코인 등이 본격 보급되면 현금 사용이 더 줄어들 수 있다. 다만 현금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면 고령층 중심으로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또 비대면 거래 수단이 가진 보안 취약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현금 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디지털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대하여 비현금 지급수단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비현금 지급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보안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보안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고 발생 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