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도 또 자라는 가시박…매년 반복되는 외래 식물 소탕작전

생태공원에서 발견된 가시박 군락지. 중앙포토

생태공원에서 발견된 가시박 군락지. 중앙포토

“한 포기가 수백 포기로 군락지 형성” 

충북 보은군이 앞으로 5개월간 대대적인 생태교란 식물 소탕 작전에 나선다.

 
보은군은 이달 말부터 오는 10월까지 가시박 군락지 등을 중심으로 외래 식물 퇴치 사업을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보은읍 등 7개 읍·면, 10만9975㎡가 대상이다. 지난해 계획 면적(3만3680㎡)보다 3배 이상 확대한 규모다. 기간제 근로자 60명을 구역별로 배치해 가시박·단풍잎돼지풀·돼지풀·환삼덩굴 등 외래 식물을 제거할 계획이다.

 
보은읍에서 탄부·마로면으로 이어지는 보청천 일대와 대청호 상류에 있는 회인·회남면, 청주와 인접한 내북면 일대 소하천에서 제거 작업이 이뤄진다. 작은 식물은 뿌리째 뽑아 번식을 원천 차단하고, 이미 자란 종은 낫과 예초기로 밑동을 제거해 발아와 생장을 억제할 계획이다.

 
번식력이 강한 외래 식물은 물길을 따라 급속하게 번지면서 전국 하천 곳곳에서 우점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충북도가 2022년~2023년 조사한 ‘충북 생태계 교란 생물 분포현황’에 따르면 가시박과 가시상추·단풍잎돼지풀 등 외래식물 11종이 전 시·군 하천변에 서식했다. 분포면적은 888만9819㎡에 달한다.

2022년 단풍잎돼지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는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초등학교 주변. 중앙포토

2022년 단풍잎돼지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는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초등학교 주변. 중앙포토

매년 제거 작업에도 토착화 진행

가시박은 2009년 환경부 지정 생태계 위해성 1등급을 받은 유해식물이다.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토착종보다 번식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식물을 고사시켜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 불린다. 제거작업이 이뤄져도 이미 떨어진 씨앗 탓에 최소 3년 이상은 번식해 꽃이 피기 전인 6~8월 뽑아내는 게 최선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시박 한 포기가 몇 개월 뒤 수백 포기로 증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2024 생태교란 생물 모니터링’에서 가시박 확산 대책으로 “당해연도 종자가 생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토양에 누적된 종자량을 감소시키는 게 관리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괴산군 관계자는 “교란식물은 한번 번식하면 확산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꽃이 피기 전인 6월까지 1차 제거 작업을 하고, 씨앗이 맺히기 전인 7~9월 2차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음성군도 지난해에 이어 외래식물 분포도가 높은 감곡면·금왕읍·대소면에서 제거 작업을 진행한다. 청주시도 매년 6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기간제 근로자와 조경업체를 통해 퇴치 사업을 한다. 장마 전까지 흥덕구 석남천, 정북토성 근처 석화천 일대, 내수읍 쪽 하천 등에서 제초작업을 하기로 했다. 조용학 청주시 자연보전팀장은 “가시박은 인력이 뽑아낼 수 있지만, 단풍잎돼지풀은 2m 이상 자라면 워낙 억센 탓에 베어내기도 힘들다”며 “최소 5년 이상 같은 지점에서 예초·뽑아내기 작업을 해야 그나마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