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열린 의사 전문의 자격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정작 소청과 전문의는 구하지 못한 상태다. 이 병원은 세전 연봉 4억원(실수령 월 2000만원), 숙소 제공 등을 조건을 내걸었다. 지원자가 3명 있었지만, 아직 누구도 확답하지 않고 있다. 김종성 병원장은 "연봉을 더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우리 같은 지방 2차 종합병원들은 치솟은 의사 몸값을 감당 못 해 10년 뒤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문의 구인난…연봉 6억에도 못 구해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의 몸값이 치솟은 건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배출마저 급감해서다. 의·정 갈등의 여파로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는 509명에 그쳤다. 예년(2727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난 19일 정부가 특혜라는 비판 속에서도 전공의 추가 모집을 결정한 것도 "2년 연속 전문의 배출이 파행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의료계 위기감을 반영한 조처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전문의 배출이 막히면서 이들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병원들은 '지역 내 최고 수준' 대우를 약속하며 지원자를 찾았다. 모집 공고에 '지역 최고, 협의 가능'이라고 올린 경기도 한 종합병원의 부원장은 "의사가 없는 지방 병원이 연봉을 올리면 수도권 병원도 이에 맞춰 올리고, 그렇게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니 다시 지방에서 (연봉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북의 한 2차 병원은 '연봉 2억원 이상'과 함께 골프장 회원권, 호텔 이용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경기도 한 종합병원장은 "모집 공고만으로 사람을 못 뽑아 연봉의 20% 정도를 헤드헌팅 소개료로 쓰고 있다"며 "채용 1건당 수천만 원이 들지만, 그 돈을 써서라도 데려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7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무사히 이송한 뒤 또다시 이동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성태 객원기자
김진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전문의들이 일은 더 힘들고 급여는 상대적으로 낮은 2·3차 병원을 떠나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문의들이 전문성을 살려 의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은 "소아외과처럼 수요가 적은 임상 분야에선 전문의 한명이 여러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등 고용 형태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