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화웨이 AI 시스템 구축 발표 하루 만에 번복…미국 압력?

화웨이 반도체를 활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말레이시아의 계획이 번복됐다. EPA=연합뉴스

화웨이 반도체를 활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말레이시아의 계획이 번복됐다. EPA=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불과 하루 만에 이를 뒤집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Ascend)'를 둘러싼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측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보도에서 말레이시아 디지털통신부 테오 니에 칭 차관이 지난 19일 연설에서 "말레이시아가 화웨이 어센드 칩 기반 AI 서버를 국가적 규모로 가동하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테오 차관은 또 2026년까지 화웨이 AI 서버 3000대를 도입할 계획이며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도 말레이시아에 AI 시스템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하루 만에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차관실은 별다른 설명 없이 화웨이 관련 발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화웨이 역시 말레이시아에 어센드 칩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13일 미국 상무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의 AI 수출 통제 정책을 공식 폐기하며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 어센드 칩을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의 기술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제재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21일 "미국의 조치는 전형적인 일방적 괴롭힘이자 보호주의 처사"라고 반발하며 관련 조치를 실행한 조직 및 개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례적인 입장 번복에는 이 같은 미국의 경고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말레이시아가 미·중 AI 외교의 시험대가 될 수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민감한 위치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생산 거점을 모색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중국 기업과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5세대(5G) 통신망 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공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가운데 미국산 첨단 반도체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거쳐 중국에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