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신규연체, 한달 새 3조 급증…금감원 “연체율 대비 필요”

빚을 못 갚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때 쏟아진 저리 대출, 만기 연장 등 지원책이 끝나가고 있는데, 경기 회복은 더딘 영향이다. 금융사가 부실 대출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달 새 3조원 급증한 신규 연체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대비 3월 말 신규 연체액(한 달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대출)은 3조원 급증했다. 이는 전월 증가 폭(2조9000억원)보다 1000억원 더 늘어난 금액이다. 한 달 신규 연체액은 지난해만 해도 대체로 2조원 중반대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올 1월(3조2000억원) 3조원을 넘긴 데 이어, 3월 다시 3조원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3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 추이. 금융감독원

3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 추이. 금융감독원

 
신규 연체액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월 대비 3월 말 연체율(0.58→0.53%)은 0.05%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이는 연체 채권을 상·매각한 영향이다. 은행이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분기 말에는 통상 연체율이 소폭 하락한다. 실제 3월 신규 연체액은 전월보다 1000억원 늘었지만, 같은 시기 연체 채권 정리 규모(4조1000억원)는 더 큰 폭(2조3000억원)으로 증가하며 연체율을 떨어뜨렸다. 연체 채권 정리와 상관없이 신규 연체액만 반영한 신규 연체율은 3월 말 기준 0.12%로 2월 말(0.12%) 수준이었다. 2월은 전월 대비 연체율이 0.1%포인트 급등했던 시기로. 3월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졌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경기 부진에…중소·자영업자 연체율 상승

연체율 관리의 ‘약한 고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말 중소법인의 연체율(0.8%)과 개인사업자 연체율(0.71%)은 분기 말 효과에 전월 대비 각각 0.1%포인트·0.05%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분기 말인 지난해 3월 말과 비교해서는 중소법인 연체율은 0.19%포인트, 개인사업자는 0.17%포인트 급등했다. 코로나19 시기 빌린 대출의 만기 연장 등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상환 부담이 돌아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부진한 경기 상황에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과 대출 스티커가 나란히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과 대출 스티커가 나란히 붙어 있다. 뉴스1

 
그나마 부실 채권이 거의 없었던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주담대 연체율은 3월 말 기준 0.29%로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분기 말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월(0.29%) 대비 하락하지 않았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0.04%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때 초저금리로 주담대를 일으킨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받은 사람)’이 최근 5년 고정금리 약정 기간이 끝나면서 금리 부담이 커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방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도 주담대 연체율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감원도 “연체율 지속 상승 대비해야” 경고

금감원도 연체율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3월 말 연체율은 신규 연체 증가에도 불구하고 분기 말 연체 채권 정리 확대 등 영향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 경감을 위해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빚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연체율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이 버틸 수 있게 금리 경감이나 만기 연장 같은 금융 지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