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5G→AI로, 내수진작→산업위기 극복…달라진 경제계 제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경제계는 차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100대 과제를 제안하면서 인공지능(AI) 육성과 위기산업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과거 대선 때마다 ‘규제 완화’를 외쳤던 것과 온도차가 있다. 이번엔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위기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데다, 최근 3년새 대부분 주력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해 힘들어진 탓이다.

21일 중앙일보가 경제5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1대 대선 제언집을 지난 20대 대선 제언집과 비교해보니, 달라진 내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경제활력 제고와 신성장동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같지만 해법이 달랐다. 경제5단체는 이달 초 제언집을 각 정당에 전달했다.

경제5단체는 이번 21대 제언집에서 국가 AI 역량 강화를 제1의 과제로 꼽았다. 향후 3~4년이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하며, 3대 투입요소(에너지·데이터·인재)와 3대 밸류체인(인프라·모델·AI 전환) 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 구축 지원, 제조 AI 활성화, 중소기업 AI 전환 기반 마련 등의 과제를 앞세웠다.

과거 20대 대선 당시 대한상의 정책 제언집을 보면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벤처생태계 조성·5G 전국 통신망 조기 구축 지원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5G가 디지털 경제 발전 속도의 문제라면 AI는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생존이 달린 과제”라며 “이번 제언집에서 첫 번째 과제로 AI를 제시하는 것에 5단체 모두 이견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대 대선 제언집은 2021년 말 당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내수진작이 화두였다. 경제계는 첫 번째 어젠다로 경제활력 진작을 제시하며 코리아 세일 페스타·지역화폐 확대 등 서민경제 활성화를 내세웠다.


반면 이번 21대 대선에선 산업 구조조정이 새롭게 화두가 됐다.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위기의 핵심 원인은 산업 경쟁력 약화”라며 “석유화학 같은 위기 산업의 구조 개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언집에서도 산업위기지역 활력 부여, 과잉생산설비 조정으로 위기업종 구조조정 지원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예를 들어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주요 수출 제조업의 경기 악화는 지역경제에 직결된다며, 산업위기지역 및 업종의 대기업에 한해 임시투자세액공제 중 그 외 자산의 공제율을 1%에서 3%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계는 20대 대선 당시 ‘사회적 약자도 행복한 사회’ ‘사회통합’ 등 사회 이슈도 10대 어젠다로 제시했지만, 이번엔 경제 이슈에만 집중했다. 2022년만 해도 2%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0%대 성장이 우려되는 등 상황이 악화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대선 때마다 기업들의 정책 제안을 모으면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들을 완화해달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라며 “기업의 영속성 문제가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확대됐다는 위기감이 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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