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서 설렁탕집과 흑돼지 전문점을 운영하는 신모(65)씨는 홀서빙 인력을 1년 가까이 구하는 중이다. 바쁜 시간대에는 신씨 아내도 출근해 손을 보탠다. 신씨는 “직업소개소에 수수료 100만원을 걸어 놓고 연락을 기다리는데 깜깜 무소식”이라며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힘들어서 일용직을 그때그때 부른다”라고 했다.
“일할 사람이 없다.” 자영업자들의 호소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종사자 1인 이상인 음식점 및 주점업의 부족 인원은 지난해 하반기 4만9312명에 달했다. 필요 인력 부족률은 4.4%로, 전 산업 평균(2.8%)보다 높았다.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식당·주점 등에선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하는 곳도 적잖다. 고용부의 지난해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자영업자 등 1인 이상 사업체의 61.8%가 부족 인력을 뽑기 위해 채용 비용을 늘리고 구인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금(급여) 인상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있다는 답도 32.7%였다(복수 응답).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1만30원)의 월 환산액(약 210만 원)보다 100만 원 이상 많은 300만 원대 월급을 제시한 식당들이 여럿 있다. 서울 한 삼계탕집은 주 5일 하루 12시간 근무(휴게 시간 포함)할 홀 직원을 구하는 데 380만 원을 내걸었다. 업주들은 장기 근속시 포상, 우수사원 표창, 각종 경조금·보너스, 세끼 식사 제공 등 이전보다 높은 근로조건도 제시한다.
그럼에도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게 업계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구직자들은 자기 시간이 확보되거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로 몰리기 때문에 일자리-구직자 미스매치(불일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사람 대신 서빙로봇을 도입하는 곳들도 있다. 강원도 평창의 한 막국수 집 사장은 “지방에선 사람 구하는 게 더 어렵다”라며 “2년 전부터 통신사 지원을 받아 서빙로봇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정부가 대책으로 제시한 건 외국인 인력이다. 지난해부터 음식점에서 E-9(비전문 취업)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을 주방 보조로 채용할 수 있게 길을 텄고, 지난 15일에는 업무 범위를 홀서빙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180명의 외국인이 이런 자격으로 음식점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음식점 업력 5년이상이어야 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3년 생존율은 절반(53.8%)에 그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사업장의 취약성을 고려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무조건 정규직이어야 하고, 숙박도 제공해야 하니 업주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라며 “작은 사업장에선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청소면 청소, 서빙이면 서빙 등 하나의 업무만 하라는 것도 현장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본부장은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업무 범위 등과 관련해선 사업주와 근로자간 자율 협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