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요건 갖추면 전용 심사대 이용 가능
공항별로 이용 항공사에 따라 전용 심사대를 통해 입국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과 김포공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전일공수 등 4개 항공사를 이용하는 방문객만 전용 입국대를 이용할 수 있다. 후쿠오카 공항과 김해공항은 제한이 없다.
또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려면 미리 'Visit Japan Web'에 사전 등록을 해야 한다.
전용 입국심사대를 이용하면 긴 줄에 서서 보통 30분이 넘게 걸리던 입국 심사 대기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는 양국 간 인적 교류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81만명을 넘어섰고,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22만명 이상이었다. 지난달에만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1% 증가한 7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서울 명동을 걷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연합뉴스
"운용 결과 보고 확대 검토"
양국 국민의 반응이 긍정적이고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정식으로 도입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2002년 한·일 월드컵 전후로 시범적으로 양국 방문객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가 이뤄졌다가 2006년부터 전면적 상호 비자 면제가 이뤄진 선례도 있다. 이미 이런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들도 있는데, 유럽연합(EU) 국가 간에는 전용 입국심사대를 운영한다.
지난해 9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일본 총리가 방한했을 때 양국은 정상급에서 출입국 간소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작동하면서 전용 입국심사대 시범 운영까지 행정적 절차가 신속히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엔 상대국에 대해 출국 전 입국 심사를 하는 '사전 입국 심사제'도 검토하기로 했지만, 아직 현실화하진 않고 있다.
차기 정부 대일 노선 관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주요 대선 후보들은 과거사 문제엔 원칙적 입장을 앞세우면서도 한·일 협력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일 유튜브 간담회에서 자신의 대일 기조에 대해 "과거사나 독도 문제에 있어선 강경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문화 교류나 한·일 협력 분야에 대해선 매우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라며 "저 진짜 일본하고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 3일 "역사, 독도 문제를 빼면 (일본과) 다툴 이유가 없다"며 "일본도 조심하고 우리도 조심해서 좋은 우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교체기와 별개로 민간 차원의 교류가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전용 입국심사대 운영과 관련해 "한시적 조치이긴 하지만 한일 국민에게 실질적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운영 공항과 시간대에 제한이 있어 실효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인적 교류의 흐름이 견고하게 구조화한다면 한국 대선 등 리더십 교체 이후 외교적 불확실성을 일부 차단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