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본격 수사는 대선 이후…잔인한 6月 될 것" [월간중앙]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구성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검찰의 자기부정에 수사 신뢰도 급락
민주당 특검 카드 “지켜본다”는 이재명 압박에 마냥 미룰 수도 없어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재수사를 결정했다. 지금 검찰이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생존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재수사를 결정했다. 지금 검찰이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생존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를 재수사한다. 2020년 4월 김 여사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고 무려 4년 6개월 동안 조사를 뭉개다가 비공식 ‘출장 조사’로 적당히 마무리한 뒤,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찰이 스스로 결정을 번복한 거다.

그때 검찰은 김 여사가 자기 돈이 주가 조작에 쓰였을 가능성을 인지하진 못했을 거라며 언론에 무혐의 사유를 밝히는 데만 4시간을 할애했다. 설명이라기보다는 설득에 가까웠고, 검사가 아니라 김 여사의 변호사처럼 보였다.

여론은 싸늘했다. 국민 71.3%가 김 여사의 혐의를 특검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믿는 상황(2024년 10월 21일 여론조사꽃)으로 치달은 것이다.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검찰의 회심은 윤 대통령 파면 이후였다. 같은 사건에 대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검찰의 태도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말 많았던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본질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수사 명분 제공하고 뒤로 빠진 이복현

4월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 현장. 이복현 금감원장은 삼부토건 주가 조작 사건 자료를 모두 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 안에는 김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계좌 추적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검찰에 고발 조치된 10여 명의 명단에 이 둘은 없었다. “부정거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단서가 붙었다. 그럼에도 그는 “검찰이 제3자적 관점에서 판단하라”고 강조했다. 추가 수사 결과에 따라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날 브리핑에 이목이 쏠린 것은 삼부토건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 조작을 소재로 한 금융범죄이며 두 회사의 전·현직 오너들과 김 여사 사이에 친분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 사건의 중심에는 주가 조작 선수인 이종호라는 자가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따라서 삼부토건 사건에서 김 여사의 혐의가 포착됐다면 곧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도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뒤집힐 수 있다는 법조계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株)로 분류됐다. 하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국가적 사업을 떠맡을 수준이 못 됐다. 1군 업체도 아닌 도급 순위 70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2023년 기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부채 총계도 3000억원을 넘어 부실화단계에 진입한 지 오래였다. 그런데 당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초청받았다는 기사가 나면서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테마주로 등극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사업을 강조한 직후 삼부토건 주가는 최고점을 찍었다. 이때 삼부토건 세력이 주가 조작으로 거둔 차익만 100억원 이상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국가의 외교 이벤트가 일개 건설사의 주가 조작 재료로 소비됐다는 심증은 삼부토건 오너와 김 여사의 관계성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조사는 차일피일 미루는 식으로 늘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난 2024년 7월에야 심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자료를 넘겨 받은 금감원은 7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말미에 이르러서야 이 원장은 “통상 사건보다 인력을 더 투입했다”고 말했지만, 조사 인력은 사실상 한 명에 불과하다가 올해 초가 돼서야 보강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원장은 수사 명분은 제공할 테니 알아서 판단하란 식으로 검찰에 자료를 떠넘겼다. 그런데 검찰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바로 이튿날인 4월 25일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김 여사 재수사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검찰이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웬만해선 없다. 검찰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고, 오판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조직에 죽고 사는 검찰이 자기 결정을 부정했다면 응당 그럴 만한 확고한 근거나 명분이 뒷받침됐을 때다. 말하자면 김 여사에게 다시 면죄부를 내 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시세 조종에 나선 10명의 작전 세력이 적발된 사건이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김 여사만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김 여사 모녀가 거둔 차익만 23억원에 달한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음에도 말이다. 검찰의 무혐의 판단은 김 여사가 자신의 투자금이 주가 조작에 사용됐다는 것을 몰랐을 거라는 추론에 상당 부분 기댔다. 면도날처럼 혐의와 무혐의의 경계를 베어내 재판에 넘기는 통상적인 검찰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월간중앙 취재에 따르면 애당초 검사들 사이에선 김 여사는 저울대 어디에 올려놔도 상관없다는 얘기가 분분했다고 한다. 무혐의로 끝낼 수도 있었고 기소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수사의 본질이 정무로 결정됐다는 얘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이치모터스 자료를 살피고 있다. 추 의원은 법무부 장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이치모터스 자료를 살피고 있다. 추 의원은 법무부 장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수사의 재구성

도이치 사건에서 김 여사는 작전 세력에 돈을 대준 전주(錢主)였다. 1·2심 판결문에서 김 여사의 이름은 통틀어 124차례 등장했다. 김 여사 계좌 6개가 시세 조종에 활용된 점도 인정됐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102건 중 절반에 가까운 48건이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적시됐다. 그런데도 무혐의 처분한 것은 주가 조작 사건에 있어서 전주는 법적 회색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포’는 주가 조작의 판을 설계하는 자다. 일단 사건화가 되면 실형을 피할 수는 없다. 주식을 사고 팔면서 시세 조종에 가담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주’는 다르다. 몰랐다고 잡아떼면 공모 혐의를 입증하기가 다른 공범들보다 까다롭다. 김 여사는 그들이 작전 세력인 줄도 모르고 계좌를 위탁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초기 수사팀에선 김 여사 진술의 허점을 포착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수사팀은 크게 1차와 2차로 나뉜다. 1차 수사팀의 활동은 이 사건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2020년 9월부터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다. 그의 배우자가 전주로 엮인 주가 조작 사건이었으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다.

매뉴얼만 따지면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인사권을 가진 조직의 수장이다. 그리고 검찰은 ‘인사가 만사’인 조직이다. 후배가 선배를 앞지르는 기수 역전이 일어나면 여러 간부가 옷을 벗는 게연례 행사다. 당연히 통상적인 검사들의 수사 방향은 검찰총장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차 수사팀은 당시 윤 총장과 대립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휘하에서 어떻게든 수사하려 했다고 한다. 한 검사는 사석에서 “그때 충분히 김 여사를 기소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를 종합하면 이렇다. 1차 수사팀은 먼저 선수들과 주포를 불러 조사했다. 대주주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도 구속했다. 마지막으로 김 여사를 수사할 순서가 되어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김 여사는 일방적으로 불응했다. 이후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등극했다. 선거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배우자 논란이 일자 윤 전 대통령은 “제 아내는 전문가라는 자에게 거래를 위탁하고 오히려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선 한 번 총장이면 영원한 총장이다. 그런 대선배가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되어 아내를 감싸는 발언을 했다. 비공식 수사 가이드라인이 내려진 셈이다.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배가 대통령이 됐다.

수사팀은 이내 최종 인사권자의 뜻대로 싹 물갈이됐다.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정황을 재판에서 공개한 1차 수사팀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2023년 상반기 인사에서 수사 검사 5명 중 대부분이 팀을 떠났다. 이를 두고 한 간부는 당시 언론에 “수사·공판 검사들이 와해됐다”고 전했다. 특히 김민석 검사는 그해 4월 미국 워싱턴의 세계은행으로 아예 파견되기도 했다. 김 여사 수사는 곧 불경죄라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고착화됐다.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2022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송경호 검사장마저 김 여사 때문에 ‘사임설’에 휘말렸다.

송 검사장과 2차 수사팀은 2023년 하반기부터 김 여사 소환 조사 필요성을 거론하며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네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느냐”는 대통령실의 격노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이후 대통령실에서 송 검사장을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인사 조치할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그는 반발성으로 “사표를 내겠다”고 윗선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송 검사장은 자신의 입장을 보류하고 예정대로 부산고검으로 떠나면서 소란은 일단락됐다.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얼마나 많은 난관을 겪었는지 유추할 수 있는 일화다.

후임자인 이창수 검사장에 이르러서야 지난해 7월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면피성이나 다름없었다. 조사 장소는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 그마저도 비공개였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조사 계획을 알리지 않아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특히 조사 사실의 유출을 극도로 경계한 김 여사 의중에 따라 조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휴대폰과 신분증을 사전에 제출한 상태에서 조사장에 들어가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조사받는 사람이 신원을 밝히는 게 아니라 조사하는 사람이 신원 확인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김 여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를 위한 명분 쌓기용 조사였다는 게 법조계의 사후 평가다.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가 비상장 회사일 때부터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다. 주가 조작이 벌어진 뒤 13억여원의 차익을 거둔 김 여사는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혼한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가 비상장 회사일 때부터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다. 주가 조작이 벌어진 뒤 13억여원의 차익을 거둔 김 여사는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혼한다. [연합뉴스]

김 여사가 정말 무지한 전주였을까

재수사 쟁점은 결국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을 알고 있었느냐에 달렸다. 이를 가늠할 기준은 김 여사처럼 자신의 계좌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던 손모 씨에 대한 사법처리다. 1심에서 손씨는 주가 조작을 주도한 권 회장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동안 김 여사의 방어 논리로 거론되던 사례다.

하지만 2심에서 검찰은 손씨 공소장에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공범으로 볼 수 없다면 시세 조종 가능성을 짐작하면서도 계좌를 제공해 주가 조작을 묵인한 점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서 손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에게도 주가 조작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동일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히 ‘7초 매도’ 의혹은 아직도 실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 의혹은 2010년 11월 1일, 주가 조작 세력이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정해진 가격과 시간, 물량’을 시장에 투입한 정황을 가리킨다. 이날 오전 작전 세력 내부에선 “12시, 3300원에 8만 개 매도하라”, “준비시키겠다”, “매도하라고 해라”는 문자가 차례로 오갔다. 그리고 7초 뒤 김 여사 계좌에서 도이치 주식 8만 주가 3300원에 매도 주문으로 체결됐다. 세력이 모의한 시간과 가격, 물량이 모두 일치한 것이다.

법원은 작전 세력의 메시지가 그대로 실행됐고 김 여사 계좌에서 나온 물량을 세력이 곧바로 매수한 점을 근거로 이 거래 자체는 ‘통정매매’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매도한 것이라며, 이러한 결정은 작전 세력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순전한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의혹이 또 있다. 2010년 10월 19일의 일이다. 토러스증권 김모 지점장은 이 사건 공범 민모 씨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다. “회장님한테 3500원에 자전 10만 개 요청해 보겠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자전(自轉)은 한 세력이 짜고 주식을 사고 파는 통정매매다. 도이치 주식을 3500원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세력끼리 10만 주를 거래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종가 기준으로 2915원이었다. 이후 9일 뒤인 10월 28일. 작전 세력이 9만5000주를 매수하기 시작할 때 김 여사 계좌에서 10만 주가 3100원에 매도 주문으로 제출된다. 체결된 것은 9만3000주. 즉, 19일 작전 세력 내부에서 논의된 ‘3500원 자전 매매’ 계획이 9일 뒤 김 여사 계좌를통해 실현된 것이다.

모든 물량과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김 여사 말대로 이게 단순한 우연에 불과하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또한 우연에 우연이 겹친 기막힌 행운에 불과하다.

김 여사와 작전 세력 간의 유착 관계를 드러내는 진술도 존재한다. 이 사건의 주포였던 김모 씨는 2021년 9월 말 검찰 수사망을 피해 도피하던 중 편지를 하나 작성한다. 앞서 공범인 민씨에게 주려던 편지다. 여기에 김 여사 이름이 등장한다.

‘아무 대책도 없이 출석하는 것은 바보짓이고. (중략) 권이나 형님 쪽에서 나오는 정보는 죄다 맞는 게 하나도 없고. 내가 알아본 바로는 윤 쪽은 *심도 없고, 자기 마누라만 빠져나가면 나머지는 무기징역을 받든 사형을 당하든 아무런 고민도 없는 놈들인데. (중략) 김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검찰 조사에 응할수록 더 불리해지니 도망가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특히 검찰 조사를 먼저 받는 자가 배신자라는 얘기가 인상적이다. 주가 조작을 위해 뭉쳤으나 검찰이 움직이자 세력 간 분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력의 일원인 김 여사는 권력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을 거라는 체념도 눈에 띈다.

주가 조작 ‘BP 패밀리’와 김건희는 원팀?

김씨는 체포 직후 검찰 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작전 세력 핵심을 ‘BP 패밀리’로 부른다고도 진술했다. 주가 조작에 개입한 투자자문사 ‘블랙펄(Black Pearl)인베스트’의 약자를 따서 칭하는 것인데 여기 에 김 여사도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멤버로는 이종호 씨가 있는데, 이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선수다. 김 여사가 검찰에 고발된 직후 40여 차례나 통화를 시도할 만큼 각별히 신뢰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를 배경으로 2023년 7월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이 휘하 부대 병사의 죽음으로 불명예 제대 위기에 처하자, 이씨가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특수 관계인 김 여사와 소통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런 김 여사와의 관계는 삼부토건 사건에 이르러 다시금 불거졌다. 그는 개설 목적이 불분명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후 삼부토건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도 급등했다. 삼부토건 작전 세력과 또 다른 공모 의혹을 받는 김 여사에게서 이씨가 내부 정보를 받는다는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한편 김씨는 옥중(2012~2013년 추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초기 투자자들을 ‘엑시트’(Exit·투자금과 수익 회수) 시켜준 것밖에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의 발언대로 도이치 사건을 정리하면 ‘초기 투자→주가 하락→손실 보전→차익 실현→엑시트’의 구조다.

이와 비교하면 김 여사는 과연 어떨까. 도이치모터스가 비상장 회사일 때부터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는 우회 상장 직후 초기 투자자들의 손익분기점을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이에 권 회장은 초기 투자자들에게 증권 계좌를 주포에게 맡기라고 설득, 원금 보장이나 주포와 수익 배분 등의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권 회장 소개로 만난 작전 세력에게 주식과 함께 10억원이 든 증권 계좌를 맡긴 것은 도이치가 시세 조종에 나선 지 불과 2개월 된 시점이었다.

2011년 12월까지 김 여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검찰 판단으로 13억9000만원. 그로부터 3개월 뒤 대검찰청 중수1과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결혼하게 된다.

비록 다른 사건이지만 김 여사는 최근 정치 브로커 명태균과 얽힌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건강이 좋지 않고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통상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 일단은 김 여사 측에 다시 출석 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또 불응한다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구인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시간이 도래했다.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직을 기소청으로 격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을 공약한 가운데, 조직의 영속성을 위해 그가 무슨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의 시간이 도래했다.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직을 기소청으로 격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을 공약한 가운데, 조직의 영속성을 위해 그가 무슨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드디어 도래한 심우정의 시간

한 법조인은 “지금은 김건희 여사의 불출석 사유서를 쌓아놓는 단계다. 그래야 대선 후에 강제수사에 착수할 명분이 생긴다. 검찰이 개혁보다 더 듣기 싫어하는 말이 무용론(無用論)이다. 특검이 도입되면 지금까지 뭐했느냐는 비판 여론이 확산돼 정말로 기소청으로 전락하는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상 수사 시한도 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6월 중 김 여사 특검법을 처리할 태세다.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우리기술 등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과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15가지가 포함됐다.

검찰로서는 시간이 없다. 특검이 출범하면 영장 청구나 피의자 소환 조사 등의 실질적인 수사권을 포기해야 한다. 거기다 그동안의 수사 내용을 특검에 검증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관련자 진술이나 계좌 추적 결과 등을 제대로 수사에 반영했는지가 판가름난다.

현재 대권 가도에서 단독 질주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발언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김 여사 재수사 방침에 이 대표는 “앞으로 검찰이 개선된 조직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 공약을 내놓았는데, 조직의 영속성(永續性)에 가장 큰 가치를 둔 검찰은 어떻게든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법조인은 “6월부터 검찰이 휘몰아칠 것이다. 김 여사에겐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