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오산 에어파워데이 2025 미디어데이'에서 미 해병대 F-35B가 공개되고 있다. 뉴스1
대중 견제 위해 주한미군 대수술?…정부 ‘화들짝’
비공식 검토라는 표현은 아직 정책 반영을 위해 공식적으로 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검토 주체가 미 국방부란 점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기조 등을 고려하면, 북한의 위협에 대응 가능한 선에서 주한미군의 적정 감축 규모를 산출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엔 북한의 대남 위협 뿐 아니라 유사시 중국이 북한을 활용한 ‘한반도 양동 작전’에 나설 때 미측 전력 분산으로 인한 위협 평가 등도 포함됐을 수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5일 심포지엄에서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으로 묘사하며 ‘한반도 항모론’을 띄운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트럼프 맞춤형’으로 주한미군의 효용성을 부각한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주한미군 규모 조정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혀 왔다.
국방부는 23일 입장을 내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면서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여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미 측의 공식 입장이 아닌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가 적극 해명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감축이나 규모 조정이 아닌 ‘철수’란 강한 단어를 쓴 건 미 측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에 의한 동맹 국가로 상호 신뢰와 존중의 기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만약 주한미군 병력에 변화가 있다면 한국과 협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통보식 감축’은 양국 간 신뢰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미 국방부도 이날 오후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미 국방부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바위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있으며, 차기 정부 관계자들과 협업해 우리의 철통 같은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육군 줄이고 해·공군력 위주 개편 유력
![올해 3월 12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2025 FS/TIGER 일환으로 실시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활용 ‘한미연합 WMD(대량살상무기) 제거훈련’에서 마동혁 25사단 해룡여단 중령과 윌리엄 테일러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스트라이커여단 중대장이 작전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5/23/8b828447-5da4-4530-9f3e-a292cee10565.jpg)
올해 3월 12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2025 FS/TIGER 일환으로 실시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활용 ‘한미연합 WMD(대량살상무기) 제거훈련’에서 마동혁 25사단 해룡여단 중령과 윌리엄 테일러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스트라이커여단 중대장이 작전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현재 미 상·하원은 공화당이 우세하고, 트럼프의 당 장악력도 강하다. 내년 회계연도 NDAA에서 주한미군 규모를 달리하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란 얘기다.
감축이 이뤄진다면 주한미군 지상군 전력의 주축인 스트라이커 전투여단(SBCT·스트라이커여단)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 육군의 기동부대인 전투여단(BCT)의 규모는 4000~4700명이다.
올해 2월 미 육군은 “제4보병사단 예하 제1스트라이커여단을 제2사단 예하 1스트라이커여단으로 대체해 순환 배치 한다”고 발표했는데, 다음 순환 배치 시점에 이들을 괌 등 다른 곳으로 돌리는 구체적 방식까지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김영옥 기자
감축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미 측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인 관세나 방위비 분담금(SMA) 증액을 위한 협상 카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 한·미 간 협의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대중 압박 동참을 견인하는 수단으로 주한미군 감축안을 활용할 수도 있다.
김정은에 ‘잘못된 신호’ 우려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이번 감축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 국방부 실무진 검토인데, 이는 1기 때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한 실무 차원의 대비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안보 공백에 대해 미 측에 추가 확장억제 보장을 요구해야 하며, 더불어 스스로의 대북 억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