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 재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아시아 주요 11개국이 보유한 미국 주식ㆍ채권ㆍ부동산ㆍ예금 등의 자산이 7조5000억 달러(약 1경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997년 이후 총 4조7000억 달러(약 6500조원)의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사들였다. 외환 위기를 겪으며 달러를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고, 각국의 중앙은행·국부펀드·금융회사 등은 대미 수출로 벌어들인 무역흑자(달러)를 여기에 투자했다.

달러와 위안화. 뉴스1
아시아 국가들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정치 양극화, 달러를 활용한 러시아 제재 등을 겪으며 대안 투자처를 고민해왔다.트럼프 2기가 들어선 이후 이러한 자금 이탈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 국채에 붙은 ‘멍청이 프리미엄(moron premium,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으로 ‘셀 아메리카’ 경고음이 들어온 것이다.
유리존 SLJ캐피털의 스티븐 젠 대표(CEO)는 “아시아 수출국과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약 2조5000억 달러(약 3400조원)가 시장에 유입(미국 이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큰손’ 격인 중국은 미국 국채의 보유량은 계속 줄여왔는데, 올 3월엔 미 국채 보유국 2위를 영국에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일본 생명보험은 유럽ㆍ호주ㆍ캐나다 등의 국채를 매입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채권ㆍ주식을 8조2천억 엔(약 78조7200억원) 순매수했다.
발푸어 캐피털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스티브 알랭 로렌스는 “트럼프 시대의 관세와 정책 변동성은 위험 관리 체계를 재편했다”며 “기존의 탈달러화와 디커플링(비동조화)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자본이 빠지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이라며 "그러나 '셀 아메리카'로 주식·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트럼프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