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에린 힐스의 대학살, 한국 선수들이 주요 피해자

김아림이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아림이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린 힐스의 대학살.”
1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인근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여자오픈 3라운드 초반 더블, 트리플 보기 같은 대형 스코어가 쏟아져 나오자 NBC TV 캐스터 딘 힉스를 비롯한 대회 관계자들은 이런 표현을 썼다.

전날 보다 그린 스피드는 30cm 더 빨랐다. 그린을 눌러놓은 데다 빠르고 핀은 아슬아슬한 경사에 꽂혀 선수들이 애를 먹었다. 그린이 딱딱하고 빨라 US오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른바 ‘온탕 냉탕’이 곳곳에서 나왔다. 아쉽게도 한국 선수들이 대학살의 주요 희생자가 됐다.

5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한 김아림은 파5인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기세를 탄 김아림은 305야드로 짧은 파4인 2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그린을 향해 쐈다. 그린 주위에서 김아림은 칩샷을 핀 2.5m 옆에 붙였다. 그러나 여기서 3퍼트로 보기가 됐다. 이후 상황이 나빠졌다.

파4인 3번 홀에서 김아림의 티샷은 오른쪽 러프로 갔고, 두 번째 샷은 클럽이 러프에 잡혀 훅이 나면서 왼쪽 칠 수 없는 곳으로 갔다. 벌타를 받고 드롭해 친 네 번째 샷이 벙커에 들어갔다. 그래도 벙커샷을 붙여 1퍼트로 더블보기로 막았다.

4번 홀은 그린이 작고 경사도 심해 가장 어렵다. 이 홀에서 김아림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갔다. 세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갔고 다음 샷은 다시 그린을 넘어 반대쪽으로 가버렸다. 결국 5번 만에 그린에 올려 2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했다. 김아림은 다음 홀에서도 보기를 했다. 네 개 홀 에서 7타를 잃었다.


4언더파 공동 8위에서 시작한 임진희는 초반 버디 두 개를 잡아 역시 6언더파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어려운 4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짧아 굴러 내려왔고 세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 굴러 내려가면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해야 했다. 다섯 번만에 올려 2퍼트로 트리플 보기가 됐다. 파 5인 7번 홀에선 그린을 넘어갔다가 다시 반대쪽 그린을 넘어 벙커에 빠지면서 더블보기가 됐다. 

윤이나는 짧은 파4인 2번 홀에서 발목이 잡혔다. 핀까지 82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약간 짧아 굴러 내려왔다. 여기서 세 번째 샷을 잘 쳤다. 핀 3m 옆에 붙였다. 그러나 파 퍼트가 1.2m 지나 갔고 이 것도 넣지 못했다. 1m짜리 다음 퍼트도 홀을 스쳤다. 3온에 4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했다.

고진영. AP=연합뉴스

고진영. AP=연합뉴스

고진영은 2언더파 70타를 쳐 중간합계 1언더파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언더파다. 고진영은 2라운드 퍼트가 살짝살짝 홀을 외면해 고전하다가 8번 홀에서 칩샷이 들어가 턱걸이로 겨우 컷을 통과했다. 그러나 2라운드 2타를 줄이면서 공동 13위로 30계단 넘게 올라섰다. 

가장 어려운 4번 홀에서 약 30m 칩샷이 들어간 게 큰 힘이 됐다. 고진영은 “최대한 단순하게 경기하려 캐디에게 샷거리만 받아서 치려고 노력했는데도 매 홀 계산할 게 많아 머리가 아직도 아프다. 조금만 지나가면 30m 굴러 내려가는 등 함정 투성이다. US오픈은 선수들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아림과 최혜진이 이븐파 공동 21위, 유해란이 2오버파 공동 31위, 임진희가 3오버파 공동 37위, 윤이나와 유현조가 4오버파 공동 41위, 전인지와 황유민이 6오버파 공동 47위, 양희영이 7오버파 공동 53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선두는 7언더파의 마야 스탁(스웨덴)이다. LPGA 투어 4년 차로 1승을 했고 세계 랭킹 33위다. 2위는 6언더파의 훌리아 로페스 라미레스(스페인)다. 지난해 Q스쿨 10위로 올해 LPGA에 들어온 신인으로 상금랭킹은 119위다.  

일본은 5언더파 공동 3위에 3명이 포진했다. 사이고 마오, 다케다 리오, 시부노 히나코다. 지난 4월 셰브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사이고는 2연속 메이저 우승을 노린다. 일본 선수가 우승하면 최근 6개의 메이저에서 4번째 일본 선수의 우승이 된다.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는 4언더파 공동 6위다. 

밀워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