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 원모씨가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남부지법 이영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 30분쯤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원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운행 중인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불을 지른 원 모 씨가 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원 모 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 터널 구간을 달리던 열차 안에서 인화성 액체를 뿌린 뒤 옷가지에 불을 붙여 방화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이어 ‘미리 계획하고 불을 지른 것인가’, ‘대형 인명 사고를 낼 뻔했는데 할 말 없나’, ‘주유소에서 휘발유는 어떻게 샀나’, ‘피해 시민분들께 할 말 있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심문은 약 15분 만에 끝났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2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 10시45분쯤 구속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선 원모씨는 취재진의 “혐의를 인정하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대형 인명 사고를 낼 뻔했는데 관련해서 할 말 없나”는 질문에는 “죄송하다”라고 했다.
또 “범행 직후 피해자인 척 (들것에 실려) 나왔는데, 피의사실을 모면하려고 한 건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혼 소송 관련해 불만이 있는데 그것을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이냐’는 질문에는 출석할 때와 같이 재차 “네”라고 답했다.
“미리 계획하고 불을 질렀나”, “이혼 소송 결과에 어떤 부분이 불만이었나”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법원에선 자신을 원씨의 친형이라고 밝힌 남성이 취재진에게 “동생은 택시 운전사로 일했다”며 “4년 전쯤 아침에 집에 가서 (아내에게) 고등어구이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안 해준 것이 이혼사유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주 전쯤 이혼 소송 2심 판결이 나왔는데 유책 배우자가 동생이었다”며 “이혼소송 결과 자기가 내야 할 위자료가 너무 많게 책정돼 불만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송 결과 재산분할과 관련해 “(동생이) 기자분들한테 자기 어려움을 알아달라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범행 전 하루 동안 동생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범행) 당일 오전 11시 30분 쯤에 전화가 와서 ‘큰 사고를 쳤다’고 했다. 경찰서에 있다고 하더라. 이런 일을 벌일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원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여의나루역 구간을 지나는 열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승객들이 선로를 통해 대피하고 있다. 사진 영등포소방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 오전 8시 43분쯤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미리 준비한 인화성 물질과 라이터형 토치로 불을 내 승객 등 20여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씨는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는 열차 네 번째 칸에서 미리 준비한 인화 물질을 바닥과 벗은 옷 등에 뿌린 뒤 라이터형 토치로 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들것에 실려 여의나루역 역사로 나오는 원씨의 손에 그을림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원씨를 추궁했고, 원씨가 범행을 시인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화재 당시 열차에는 약 400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차량 내부에 연기가 퍼지자 승객들은 출입문을 열고 선로를 따라 긴급 대피했다. 불은 열차 내 소화기로 약 20분 만에 자체 진화됐다. 이 불로 원씨 등 23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다. 또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되는 등 약 3억3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원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