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미국보다 중국이다” 美 AI주 전문가 픽한 테크주

중국 테크 비중 키우는 국내 ETF

경제+
인공지능(AI)이 잠든 거인을 깨울까. 올해 1월 중국의 가성비 AI 모델인 ‘딥시크’ 충격 이후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 투자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까지 미국 기술(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기 바빴던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올해 들어 중국 테크 기업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엔 중국 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ETF 4개가 한날(5월 13일)에 상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투자가 망설여지는 것도 현실이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트 ‘머니랩’은 중국 투자가 현명한 판단이 될지 알아봤다.
중국 테크주 투자 기회를 점검하기 위해 ‘KODEX 차이나AI 테크액티브’를 운용하는 김천흥 삼성자산운용 매니저와 ‘TIMEFOLIO 차이나AI 테크액티브’를 운용하는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매니저를 만났다. 이들은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등 미국 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ETF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중국 ETF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 증시 전망이 좋은 건가.
김천흥 매니저=“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좋은 게 사실이다. 중국 경제와 부동산 경기가 예전보다 좋을 거란 기대감이 있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도 확인한 상태다. 중국 증시는 ‘딥시크’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주목받으며 올해 초 성과가 좋았다. 이런 긍정적인 이벤트가 또 나온다면, 개별 섹터가 다시 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김남호 매니저=“AI 투자 사이클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크게 넘어올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 시점에는 글로벌보다 중국 테크 ETF 투자가 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우리가 운용하는 글로벌AI ETF는 과거에는 엔비디아 등 특정 종목 비중이 20%대로 높았지만, 지금은 커봤자 7~8% 수준으로 종목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다. 예전 엔비디아처럼 매력적인 종목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매력적인 종목이 많아 보인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중국 AI 기업의 경쟁력은.
김남호=“중국 기업 기술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딥시크만 해도 성능은 뛰어난데 비용은 훨씬 절감된 모델이다. 중국 AI 기업들은 규모도 커졌고 자체 경쟁력을 갖춘 회사도 많아졌다. 중국 내수 기반의 AI 생태계에서도 자립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AI 산업 육성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AI 기술력이 더 빨리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천흥=“중국의 AI 모델은 중국이 전 과정을 자체 개발한 게 아니라, 기존에 공개된 오픈소스 AI 모델을 파인튜닝(미세조정)해 생산성을 개선한 것이다. 딥시크도 값싼 고급 인력을 활용한 노동집약적 작업을 통해 기존 모델의 생산성을 개선했다.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나 두뇌는 테슬라가 중국보다 확실히 뛰어나다. 이런 점에서 기술 자체에 투자한다면 미국 기업을 사는 게 맞다. 다만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부품은 중국이 훨씬 우위에 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각 분야에서 AI 위주의 사업만 하는 기업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미국이 기술을 주도하는데, 중국 AI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김천흥=“기술 수준과 주가는 다를 수 있다. 알리바바가 아마존보다 주가 상승률이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몇 년 동안 주가가 눌려 있었던 데다,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 다음 2인자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중국 주식시장이 강하게 돌아설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증시가 약해지면 중국 증시가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약해지는 지금 같은 국면에서 중국 증시가 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김남호=“과거에는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이 패권을 가져가면 그 국가에만 투자해도 충분하다고 봤지만, 이제는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경로로 발전하고 있다. 투자에 적합한 종목도 다르다. 미국은 전력 인프라,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자율주행, 안면인식 등 실생활에 AI를 적용하는 분야로 빠른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실생활에 적용되는 직관적인 AI 투자에는 중국이 더 적합하다. 인프라·플랫폼의 미국과 실생활의 중국을 적절하게 섞는 게 AI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더 낫다.”
 

최근 주가만 보면, 중국보다 미국이 여전히 더 견조한 흐름인데.
김남호=“알리바바, 샤오미 등의 1분기 실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엔비디아 등 테크 기업 실적이 견조하다. 중국으로 자금 유입이 생각보다 약한 이유다. 다만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압도적인 데다, 중국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크다. 중국 테크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좋아진다면 큰 주가 상승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중국 주식을 모아갈 적기라고 본다.”
김천흥=“미국 증시가 강하면 중국 증시가 약해지는 흐름 때문이다. 특히 미국 반도체 기업에 좋은 뉴스가 중국 증시에 좋은 뉴스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최근 좋은 건 관세 불확실성의 감소 때문인데,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 가장 큰 수혜는 중국이 볼 수 있다.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중국에서도 엔비디아 같은 ‘스타 종목’이 나올 수 있나.
김천흥=“라이다(LiDAR·레이저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헤사이가 눈에 띈다.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산업 양쪽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 휴머노이드 전문기업인 유비테크도 있다. 얼마 전 화웨이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협업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렇게 눈에 띄는 개별 기업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곳이 많은 데다, 중국 증시의 변동성도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꾸준히 ETF 내에서 비중을 조절한다. 현재 운용 중인 ETF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같은 AI를 이끄는 기업뿐 아니라 AI를 적용하고 있는 중국 숏폼 플랫폼 콰이쇼우,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빌리빌리 등도 담고 있다. 여기에 이런 기업을 떠받치는 하드웨어, 반도체 기업도 포함한다.”
김남호=“중국 본토에 상장된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이 대표적이다. 이미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 미국의 팔란티어도 항상 높은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문제 되곤 하지만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시장을 이끄는 AI 기업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중국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 밖에 반도체 장비주인 북방화창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운용 중인 ETF에선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는 물론,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담고 있다.”
 

중국 증시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데, 연금 같은 장기 투자에 적합할까.
김천흥=“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건 모두 알지만,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기업들의 펀더멘털만 생각하면 얼마든지 주가가 장기 우상향할 수 있지만 미·중 분쟁, 공산당의 정책 등 변수가 많다.”
김남호=“중국 투자에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 같다.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 부분은 (저희 같은) 운용사에서 해결해 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스크가 있는 종목을 펀드매니저가 미리 걸러낼 수 있는 액티브 ETF의 장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