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관적인 전망이 나타나는 가운데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 0%대 성장이라는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졌지만, 일각에선 긍정적인 신호도 나온다는 의미다.
4월 2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기준 블룸버그 조사 결과 국내외 41개 금융회사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2.2%로 내다봤다. 평균 전망치는 0.99%로, 1%를 밑돌았다. 씨티그룹(0.6%), JP모건(0.5%)을 비롯해 전체(41개 사)의 절반이 넘는 21곳이 0%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지난달 2일 기준 42개 국내외 금융사가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31%였다. 1달 새 0.32%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0%대 성장률을 전망한 회사가 9곳에서 21곳으로 2.3배 늘었다. 프랑스 금융회사 소시에테제네랄(SG)은 지난달 2일만 해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로 전망했는데, 이달 2일 기준으론 0.3%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상황에서 정반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달 동안 4개 금융사가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1→1.1%), 모건스탠리(1→1.1%), 바클레이즈(0.9→1%),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0.8%)가 각각 0.1%포인트씩 높였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협상을 이어가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커졌던 무역전쟁 공포가 축소되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했고, 미‧중 사이 관세 갈등이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전망 하향세가 사실상 ‘저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가능성이 커진 것도 성장률 전망에 긍정적 요소다.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30조원의 2차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선 이후 정부지출이 증가해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에 일부 IB가 성장률 전망을 상향했다”며 “미국 관세정책 우려는 여전하지만 트럼프 당선 초기와 비교하면 불확실성이 옅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