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 할래?” 이제 옛말…OTT ‘1인 1계정’ 시대 [팩플]



“나랑 넷플릭스 계정 공유할래?”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자들끼리 흔히 나누던 이 대화는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티빙까지 한집에 사는 가족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수 없도록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다. 

티빙이 오는 7월부터 동일 가구 외 회원과의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사진 티빙

티빙이 오는 7월부터 동일 가구 외 회원과의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사진 티빙

무슨 일이야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24일부터 국내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동일 가구 외 계정 공유를 금지하기로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구독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멤버십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가구에서만 이용 가능하다”며 “한 집에 살지 않는 이용자는 별도 가입이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이미 계정 공유를 차단했고, 티빙도 지난 3월 “7월 1일부터 계정 공유를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OTT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 건수는 374건으로 전달 대비 300% 넘게 증가했다. 특히 프로야구(KBO 리그) 중계를 티빙으로 보는 팬들의 불만이 컸다. 야구팬 커뮤니티에선 티빙의 계정 공유 제한 조치 이후 “가족인데도 따로 계정을 만들어야 하나” 등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왜 지금일까

OTT 업계가 계정 공유 제한을 시도하는 배경은 국내 OTT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20년 66.3%에서 지난해 79.2%까지 증가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시장 성숙 단계에서는 구독자 확대보다 1인당 수익 향상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초기 OTT 업체들이 계정 공유를 묵인했던 이유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일종의 ‘체험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이제 OTT가 필수적인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 공유 제한을 통한 유료 가입자 확대와 수익성 개선 전략이 우선순위로 올라간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콘텐트 투자=‘1인 1계정’ 필수?

가장 먼저 해당 조치를 시행한 넷플릭스가 다른 OTT의 전략 전환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차단한 이후 가입자가 약 15~20%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글로벌 OTT 업계 관계자는 “모기업이 있는 티빙(CJ ENM)과 디즈니플러스(디즈니)와 달리 넷플릭스는 콘텐트 경쟁력으로만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지속 가능한 콘텐트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면 ‘1인 1계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구독 인플레이션에 소비자 ‘울상’

계정 공유의 길이 막히고, 요금 인상까지 더해지며 OTT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른바 ‘구독 인플레이션’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광고형 요금제를 5500원에서 7000원으로 27%, 베이식 요금제를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26% 인상했다. 

다음달 각 OTT들의 계정 공유 차단에 따른 구독자들의 연쇄 이탈 우려도 나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의 3분의 1 이상이 계정을 공유한다. 이 가운데 63.7%는 “(사용 중인 OTT가) 계정 공유를 제한할 시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응답했다. 

앞으로는

 
OTT ‘1인 1계정’ 시대를 앞두고 업계 전략은 세분화되고 있다. 티빙은 이달부터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과 결합 상품을 출시하고, 배민의 구독 멤버십인 ‘배민클럽’ 회원(월 1990원)을 대상으로 티빙 광고형 요금제를 3개월 간 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3개월 이후부터는 월 3500원이 부과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 멤버십(월 4900원) 가입시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월 7000원)를 이용할 수 있는 ‘네넷' 멤버십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계정 공유를 열어놓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다른 곳들과 달리 ‘확장’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쿠팡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만 이용 가능했던 쿠팡플레이를 이달부터 일반회원에게도 광고 시청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개방한다. 이 교수는 “쿠팡플레이는 자사 이커머스(쿠팡)와 연계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유료화보다는 쿠팡 전체 가입자 확대를 의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