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다수 뜻 아래 권한 무절제 사용은 민주주의 반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5일 퇴임하며 “‘다수의 뜻’이란 명목 아래 협의와 숙려 없이 제도적 권한을 무절제하게 사용한다면 이는 다수의 폭거이자 횡포이고, 민주주의의 의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법은 힘 있는 다수가 권력을 행사하는 무기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회구성원을 토론과 설득, 숙의의 장으로 모으는 수단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는 ‘법을 이용한 지배’가 아니라, 법을 통해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진정한 의미의 법치주의를 구현해야 한다”며 “법은 금지와 제한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따뜻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중과 관용, 배려를 바탕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합리적이고 절제되게 권한을 사용하며, 나와 다른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법무부 업무에 여러 변화도 예상된다”며 “그러나 신속하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 정밀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개선, 소년범죄·마약범죄 대응과 예방, 과밀 수용 해소, 체류 질서 확립과 이민자 사회통합 등 시대적 과제들은 변화와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제주지검장과 창원지검장, 광주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공직을 떠나 변호사로 일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서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됐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119일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자 박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박 장관의 사표만 수리했다. 박 장관의 퇴임에 따라 법무부는 이날부터 김석우 차관의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김 차관은 지난해 12월 국회가 박 장관을 탄핵소추한 당시에도 장관 직무를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