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했다. 김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사실은 IMF 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28년 전 IMF 때는 큰 경제적 추세는 상승이었는데, 지금은 경제적 추세 자체가 하강과 침체 상태”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제2의 IMF를 극복하기 위해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며 “이미 대선 시기부터 대통령과 그런 말을 나눠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어제 대통령도 바로 ‘대통령실이 황량한 벌판 같다. 제대로 된 펜 하나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직접 비상경제TF를 소집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며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민생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과 사회 각계의 말씀을 최대한 청해 듣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파견직 일반 공무원이 원소속 부처에 복귀해 텅 빈 대통령실 사무실에 처음 출근한 뒤 “꼭 무덤 같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4일 김 후보자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발탁 배경으로는 “국제적 감각과 통합의 정치력을 함께 갖춘 인사로 위기 극복과 민생회복의 적임자”로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4선 의원과 수석최고위원을 지냈다. 정계 입문은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발탁으로 이뤄졌으며, 총재 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DJ를 가까이서 보좌했다. 15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로 입성해 최연소 당선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는 김민석 국회의원, 국정원장 후보자로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지명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강훈식 국회의원, 안보실장에는 위성락 국회의원이 임명됐고, 경호처장은 황인권 전 육군 대장, 대변인은 강유정 국회의원이 임명됐다. 뉴스1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자신을 택한 배경을 스스로 “능력과 충직함”이라고 꼽았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께서 난마와 같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갈 국정 능력과 국민에 대한 충직함 등 두 가지를 기준으로 고민 끝에 (조각 구상을) 하신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별도로 대통령의 당부 말씀이 있진 않았지만, ‘알아서 전력투구해라’라는 뜻이 담긴 지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향후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민주당 정권-이재명 정부’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에 있어서 권한, 실권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이면서 정당정치가 헌법에 규정돼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민주당 정권-이재명 정부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의 철학과 약속과 이 대통령의 국정 방향이 100%, 200%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방향에서 지키면 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보수 진영을 상징하는 붉은 넥타이를 맸다. 국민 통합, 상생, 협치 등의 뜻을 담아 이 같은 복장을 택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에 임명돼도) 의원직을 유지하니까 (국회에) 자주 올 것”이라며 “아침에 회관 목욕탕을 들러서 야당 의원들 위주로 민원을 쫙 취합할까 싶다”고 말했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는 다음 주 초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상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기간은 최대 사흘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할 수 있다. 민주당이 과반(171석)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통과가 무난할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이후 연휴 기간(6월 6일~8일)까지 통의동에 출근하지 않고 별도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