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해서 택시 출근”…광주 시내버스 11년 만에 파업, 시민 발 동동

광주광역시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황희규 기자

광주광역시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황희규 기자

“안내 문자도 없는 갑작스런 버스 파업 때문에 지각해버렸네요.”



5일 오전 8시 20분쯤 광주광역시 종합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던 이민기(35·회사원)씨는 정류장에 있는 버스 도착예정 안내 전광판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차를 두고 출근길에 나섰는데 회사에 지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이날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버스 정류장 곳곳에는 ‘시내버스 파업 운행지연’ 안내판이 붙어있었고, 시민들은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자 발을 굴렀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도착 예정시간을 확인한 뒤 급히 택시를 향해 뛰어가거나, 회사에 전화해 “늦을 것 같다”고 연락했다. 버스에서 내린 한 시민은 예약한 시외버스 탑승 시각이 임박했는지 버스터미널로 뛰어가기도 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최모(63)씨는 “광주시는 평소엔 안전안내문자를 잘만 보내더니, 정작 중요한 버스 파업 관련 문자는 왜 안 보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운행지연 안내판 속에 적힌 ‘승용차 함께타기, 가까운 거리 걷기’란 문구를 보니 더 분통 터진다”고 했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버스정류장에 운행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버스정류장에 운행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광주 시내버스 노사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중재로 임단협 3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8.2% 인상(4호봉 기준 월 34만원), 65세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운송 적자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 입장을 고수했다.

 
교섭 결렬로 노조 조합원 1400여명이 파업에 돌입해 이날 첫차부터 운행을 멈췄다. 2014년 6월 시내버스 580여대 운행이 중단된 이후 11년 만이다.  

광주시는 파업에 대비한 비상 수송대책을 가동했다. 비조합원인 나머지 1000여명의 운전원 등을 투입해 시내버스 총 1000대 중 70%인 700여대를 운행한다. 파업 장기화로 운전원들의 피로가 누적될 경우 임차 버스를 투입해 70% 운행률을 유지할 방침이다.  

도시철도와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 운행을 확대하고, 시교육청과 공공기관, 기업 등과 협력해 등하교 시간 조정, 출퇴근 유연근무 확대, 승용차 함께 타기 캠페인 등도 추진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목적은 안정적인 시민 편의 제공”이라며 “현장 점검반을 구성해 노조의 버스 운행 방해 행위도 차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버스 파업과 관련해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사일정 대책을 마련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학교장 재량으로 등·하교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학교 통학버스는 정상 운영하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학생은 학부모와 협의해 별도로 등하교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