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은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하는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조만간 열 계획이다. 상·하반기에 걸쳐 여는 정기회의 성격이지만 올해는 시점이 절묘하게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마중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는 17∼19일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연다.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부문별·지역별 현안을 공유하고 하반기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회의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각각 주재한다. 이재용 회장은 회의 내용을 추후 보고받을 예정이다.
SK는 13~1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SK 3대 회의로 꼽히는 행사다. 이번 회의에선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리밸런싱(재구조화) 상황을 점검한다. SK 관계자는 “올해 회의를 최태원 회장이 주재하는 데다 최근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전격 교체하는 등 긴장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현대차도 이르면 이달 중 해외 권역 본부장 회의를 열어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정의선 회장이 주요 본부장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받을 계획이다. LG는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봉석 부회장이 게열사별로 투자점검 회의를 진행한 뒤 결과를 구광모 회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롯데는 다음 달 중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하반기 전략회의(VCM·옛 사장단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재계가 회의를 거쳐 대규모 투자로 화답할 수도 있다. 5대 그룹의 한 부사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 경영과 직결되는 정책 기조도 바뀐다”며 “회의에서 그룹 현안 외에 새 정부의 공약을 점검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투자·채용 전략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과거에도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곤 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엔 30대 그룹이 약 95조원, 박근혜 정부 첫해엔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약 3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삼성이 3년간 180조원, SK가 3년간 80조원, 현대차가 5년간 23조원 투자를 각각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엔 10대 그룹 등이 중장기에 걸쳐 106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정부에 힘을 보탰다.
다만 올해는 각종 경제 지표가 나쁜 데다 미국 발(發) 관세 리스크(위험)까지 겹친 악조건이다. 일자리의 경우도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 다수가 수시 채용으로 바뀌어 쉽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출범하는 정부인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커 대규모 투자가 조심스럽다”며 “새 정부가 기업을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2중대’로 삼았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