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반도체 보조금 과했다” 美 재협상 공식화
이날 러트닉 장관은 구체적인 보조금 비율을 거론했다. 그는 TSMC 사례를 언급하며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이) 10%보단 4%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TSMC는 650억달러였던 투자 규모를 트럼프 행정부 들어 1650억달러로 늘리면서 보조금 비율이 기존 10.3%에서 4%로 낮아졌다. 러트닉 장관은 보조금 액수를 줄이지 않고도 투자 규모를 늘려 보조금 비율을 낮춘 TSMC 사례를 성과로 내세운 것이다. 그는 “합의가 안 되는 경우는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거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12.8%·SK 11.8% 보조금 비율 줄어드나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팹 현장. 사진 삼성전자
문제는 TSMC처럼 대미 추가 투자가 국내 기업들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은 사실상 완공 단계이지만,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동 시점을 지난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공장 완공이 지연되면서 테일러시로부터 받기로 한 세제 혜택 규모도 2500만 달러에서 900만 달러로 대폭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2028년 가동을 목표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최근에서야 시의회와 지역 주민들과의 세 차례 공청회를 거쳐 부지 문제를 해결했다. 공장 가동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보조금 수령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장을 가동 중인 SKC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앱솔릭스와 TSMC는 일부 보조금을 수령했다.
“급한 건 미국…협상력 발휘해야”
다른 한편에선 미국 정부와 보조금 재협상에서 국내 기업들이 꼭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보조금 정책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도입됐던 것”이라며 “보조금 삭감시 여파를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파운드리·HBM 패키징 공장을 당장 가동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로부터 추가 투자 요구나 보조금 삭감 압박을 받는다면, 오히려 미국 투자를 줄이겠다는 식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