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광주시청 ‘설계 특혜 의혹’ 압수수색…“수사권 남용” 반발

 

지난 4일 광주시청 외벽에 '이재명 정부와 함께 광주야 날자'라는 내용의 취임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지난 4일 광주시청 외벽에 '이재명 정부와 함께 광주야 날자'라는 내용의 취임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설계 공모 당선작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5일 광주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례조회에서 경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수사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광주시 ‘영산강 익사이팅존 조성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광주시가 공모 지침을 위반해 특정 업체가 공모에 당선되도록 특혜를 부여했다는 혐의를 수사 중이다.

영산강 익사이팅존 사업은 광주시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416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개발사업이다. 북구 동림동 산동교 일원에 조성될 이 사업에는 고대 마한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디지털 예술과 물을 소재로 풀어낸 ‘아시아물역사 테마체험관’(4000㎡)과 함께 인공서핑장, 자연형 물놀이장, 잔디마당 등 대규모 레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광주시는 설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2단계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1단계에서 11개 작품을 선정하고, 2단계에서 5개 작품을 심사해 올해 2월 최종 당선작을 결정했다.


그러나 공모에서 탈락한 일부 업체들이 광주시가 공모 지침을 어기고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평가했다고 주장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설계공모 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제기했다. 해당 가처분은 최근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경찰은 법원 판단과 관계없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행정 신뢰를 훼손하며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불필요한 수사로 인해 행정력 낭비와 사업 지연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시청 정례조회에서 “가처분에 항소가 제기된 상태인데 왜 수사를 강행하는가”, “수사라는 이름으로 적극 행정을 막고 있다”며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공모 과정의 공정성 여부와 지침 위반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와 시장의 반발이 향후 행정과 사법기관 사이의 긴장 관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