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제자리, 담뱃값 1만원으로 올려야"

지난달 31일 서울역 흡연실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서울역 흡연실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뉴스1

금연 전문가들이 담뱃값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제안을 내놨다. 

김현숙 대한금연학회 회장(신한대 간호대 교수), 울산대 의대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5일 대한금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시행 20주년을 맞아 한국의 금연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7년만에 한국의 흡연율이 올라갔다. 한국의 금연 정책이 참혹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22년 30.1%에서 2023년 32.5%로 올랐다.

김현숙 회장은 "한국의 담배 가격이 세계 83위(83번째로 낮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갑에 4500원인데, 호주는 4만2700원이다. 뉴질랜드는 3만2990원, 영국은 2만7900원, 아일랜드는 2만5890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5위로 가격이 낮다. OECD 평균 가격은 9869원이다. 

김 회장을 비롯한 세 명의 전문가는 일제히 가격을 OECD 평균 수준, 즉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그리 올린 후 물가 상승에 맞춰 매년 올리자고 제안했다.


한국은 2015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린 후 손대지 않았다. 그새 물가가 많이 올랐다. 담배 가격이 실제로는 싸진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자장면 가격은 2015년 4500원에서 지난해 12월 7423원으로 올랐다. 

조홍준 교수는 "지난 10년 담배 규제 정책은 대재앙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가 금연서비스 예산은 2015년 1475억원에서 올해 91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실내 공공장소 간접흡연 노출률은 2019년 18.3%→2020년 12% → 2021년 7.5% → 2022년 7.4%로 줄다가 2023년 8.6%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금연클리닉 등록자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금연 시도자도 2016년 58%에서 2023년 48%로 줄었다. 

한국은 2015년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후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담뱃갑의 30%에 경고그림, 20%에 경고문자를 넣는다. 조홍준 교수는 "둘을 합쳐 85%로 넓히거나, 담배 이름을 광고 형태처럼 넣지 못하는 '무광고 담뱃갑'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영국·호주·캐나다·프랑스 등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