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왼쪽, 김다미)와 한샘(손석구)은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수사파트너로서 '퍼즐 살인사건' 해결에 나선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강경찰서 강력2팀 형사 김한샘(손석구)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다. 차분한 글씨체로 사건의 실마리를 기록하는 그의 수사는 소설 속 문장을 짜 맞추듯 신중하고 질기다. 서울청 소속 프로파일러 이나(김다미)는 그와 정 반대다.

사건 현장에 놓여져있는 퍼즐은 다음 살인현장을 예고하는 단서가 된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4일 최종화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퍼즐’은 두 주인공의 ‘환장의 팀워크’로부터 시작한다. 한샘은 ‘퍼즐 살인사건’을 목격한 이나가 곧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날이 도통 기억나지 않는 이나는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난달 21일 1~6화, 28일 7~9화에 이어 지난 4일 마지막으로 10, 11화가 공개됐다. 공개 직후 전세계 디즈니플러스에서 가장 많이 본 한국 콘텐트 1위, 아시아·태평양 지역 7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트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추리물의 흥행이 어려웠던 국내에선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2022)의 각본·연출을 맡았던 윤종빈(46) 감독이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 연출을 했다. 각본은 ‘나빌레라’(2021)를 쓴 이은미 작가가 집필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감독은 “‘수리남’을 끝내고 영화를 준비 중이었는데, ‘나인퍼즐’ 대본을 제안받았다”며 “처음 받았을 때부터 흡인력 있는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상황과 인물 설정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아예 새로운 세계관을 연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캐릭터 빌딩, 공간디자인을 할 때 만화와 현실 그 사이의 느낌을 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제안받았을 때 제 작업과 거리가 있는 대본이라고 느꼈다"며 "큰 이야기는 작가가 짠 판을 그대로 썼고, 인물설정의 디테일을 배우들과 의논하며 수정했다"고 전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나라는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갔나.
평범한 프로파일러는 아니다. 나와 김다미 배우는 이나를 ‘고등학생 때 살인을 목격한 트라우마로 인해 그 시기에 머물러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이나를 만화적으로 표현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샘의 설정도 비니를 쓰고 문신을 한 모습으로 구체화했다. 화가 날 때 비니를 벗는 습관은 손석구 배우의 제안으로 나왔다.
이나의 프로파일링 장면 등 매력적인 연출이 많았다.
제작진들과 고민한 끝에 이나의 본질에 집중했다. 이나는 무언가에 집중하면 그것밖에 안 보이는 사람이다. 프로파일링하는 동안은 검은 배경에 추리하는 대상에만 조명을 비추는 연출을 했다.
시대와 국적이 모호한 듯 보이는 프로덕션 디자인도 매력적이었다.
공간에 옛것과 새것의 대비를 많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화까지 보면 주제의식과도 연결된다. 한강경찰서는 오래된 외관에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넣고, 신축 아파트 더원시티와 재건축 직전처럼 보이는 한샘의 집에 대비를 줬다.
지진희, 예원, 이성민, 박성웅, 황정민…. 특별출연 배우 라인업이 대단하다.
초반부에 퍼즐의 희생자들이 대사 없이 시체로만 나온다.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익숙한 분들을 캐스팅하려고 애썼다. ‘인맥을 자랑하느냐’는 말도 있던데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다.
시즌 2 계획이나, 차기작 계획은.
시리즈 작품이고 시즌제로 갈 가능성을 닫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열린 결말로 연출했다. 시즌 2가 나오려면 디즈니플러스와 카카오엔터의 의지가 중요할 것 같다. 차기작은 2016년쯤 쓴 영화 대본으로, 내년 봄에 크랭크인 예정이다. 원래 해 오던 작품처럼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 이후 군인들이 주인공인 두번째 작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