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 반 만인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1월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9개국 가운데 아일랜드와 스위스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며, 나머지 7개국은 지난해 11월 지정된 경우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이상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규모가 GDP의 2% 초과하는 경우 등 세 가지 기준 가운데 두 가지를 충족하면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즉각적인 제재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미 재무부가 해당 국가의 환율 정책을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경고성 조치’에 가깝다.
한국은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두 가지 기준에 해당돼 대상국에 올랐다.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 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분류되며, 미 재무부는 자국 기업의 해당국 투자 제한 등 직접적인 제제를 가할 수 있다.
지난 4월 열린 ‘한ㆍ미 2+2(재무ㆍ상무 장관) 통상 협의’ 당시 미국 측 요구로 환율 문제가 협상 주요 안건 중 하나로 포함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한국을 상대로 통화 가치 절상 압박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심각한 환율 불균형을 초래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 무역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보고서에서는 교역국의 환율 정책과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그 예로 교역국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 평가절상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무질서한 시장 여건이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하는 상황을 더욱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불공정한 환율 관행이 포착된 국가에 관세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우리는 계속해서 환율 관행 분석을 강화하고 조작국 지정에 따라 치러야 하는 비용을 늘리겠다”며 “재무부는 불공정한 환율 관행을 상대로 강력한 대응책을 시행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도구를 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