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또 '대미무역 흑자' 꼬집었다

미국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포함했다.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무역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환율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경제 성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경제 성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싱가포르∙대만∙베트남∙독일∙아일랜드∙스위스 등 9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직전 보고서와 비교하면 아일랜드와 스위스가 관찰대상국에 추가됐다. 한국은 2016년 4월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가 7년여 만인 지난 2023년 11월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빠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1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고, 이번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직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문제 삼았다. 재무부는 2024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가 550억 달러이며, 경상수지 흑자도 2024년 GDP 대비 5.3%로 전년(1.8%)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찰대상국 지정만으로 한국이 받는 불이익은 없다. 이 리스트는 각국이 자국 경쟁력을 위해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경계할 목적이지, 모든 시장 안정 조치를 금지하는 건 아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인 데다 미·중 간의 화해 모드가 조성되는 등 변수가 많아서 환율보고서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며 “당장 미국과의 환율 협상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7월 8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패키지 협의’ 중 하나로 미국 재무당국과 환율 정책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환율 정책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자국 무역 적자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미국 재무부는 향후 보고서부터 교역국의 환율 정책과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시장개입 외에 거시건전성∙자본유출입 조치, 연기금 또는 국부펀드와 같은 정부투자기관 등을 활용한 경쟁적 평가절하 등이 추가 심층 분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음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오는 10~11월께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국 재무부와의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 분야 협의도 면밀하게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2015년 제정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환율조작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 대상,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