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트럼프 수혜’ 세계 3위 기업에…한화오션·HMM도 위너

지난 5월 28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 5월 28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 모습. 송봉근 기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HMM 등 한국 방산·조선·해운 기업들이 시가총액이 급증하는 등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약 20주가 흐른 시점에서 시총 100억 달러(약 13조6150억 원) 이상인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시가총액 변동 폭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일인 1월 20일과 6월 4일 주가를 비교해 시총 증가율이 가장 큰 50개 기업을 ‘위너(winners)’ 그룹으로, 시총 감소율이 가장 큰 50개 기업을 ‘루저(losers)’ 그룹으로 분류했다.

위너 50대 기업 중엔 한국 기업도 3곳이 이름을 올렸다. 방산 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주 전 대비 시가총액이 164%(190억 달러, 약 25조원) 오른 310억 달러(약 42조원)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위너 3위에 올랐다. FT는 “한국 방산 업체는 올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낸 주식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의 나토(NATO) 기여도에 문제 삼고 재무장 노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한 이후 대규모 주문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오션(57%)과 HMM(54%) 등 한국 조선 업체도 각각 시총 증가율 32위, 38위를 기록했다. FT는 “한국의 조선 역량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핵심 카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침체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해군 함정 수주를 추가로 따내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HMM에 대해서도 “1분기 실적 호조를 보이긴 했지만, 주가 상승의 진짜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려는 계획 때문”이라고 짚었다.

시가총액 증가율이 가장 큰 업체는 독일 방산업체인 라인메탈로, 205%(640억 달러, 약 87조원)나 늘었다. 20주만에 시총이 3배로 뛴 것이다. 중국·홍콩 업체도 샤오미·비야디(BYD)를 포함해 7곳이 위너 5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이라기보단 강력한 내수 시장과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따른 성과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시가총액 감소율이 큰 루저 50대 기업 중에선 SK이노베이션이 포함됐다. 정유·석유화학·배터리 등 에너지 산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시가총액이 26%(30억 달러, 약 4조원)가량 줄어 루저 그룹 중 46위를 기록했다. 다만 FT가 매긴 ‘트럼프 영향’ 점수는 5점 만점에 2점이었다. 트럼프 정책에 따른 직접적 영향보단 중국발 저가 제품 확산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가총액 감소율이 가장 큰 기업은 미국 신발 제조업체인 데커스 아웃도어로, 20주 새 시가총액이 320억 달러에서 160억 달러로 반토막(-50%)이 났다. 동남아 제조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트럼프 관세 영향의 직격탄을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