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첫인상파’ 트럼프와 강렬한 조우 준비
다만 통상 취임이나 당선 첫날 통화가 이뤄졌던 관례와 달리 첫 통화까지 다소 시일이 소요된 데다 트럼프가 이 대통령과 통화 전후로 SNS 트루스 소셜에 여러 건의 글을 올리면서도 관련 언급은 일절 없는 상황이다. 8일 오전 현재 백악관의 공식 보도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불필요한 우려를 없애려면 G7에서 트럼프와 처음 대면하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전쟁 등 여파로 각국 정상이 트럼프 접촉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취임 약 열흘 만에 트럼프와 만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이 대통령으로서는 호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트럼프는 보고서도 첫장만 읽고, 사람도 첫인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와의 ‘조기 대면’이라는 호재가 악재가 되지 않도록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특성상 개인적인 친소 관계가 대외정책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가 ‘프렌들리’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첫 만남에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신뢰를 쌓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관세 협상과 관련한 입장을 바꾼 건 주목할 만 하다. 대통령실은 통화 뒤 “한·미 간 관세 협의와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실무 협상에서의 가시적 성과를 독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이 밝힌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지금처럼 미국이라는 신뢰, 믿음 이런 걸 다 갉아먹으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본다”며 “결국 어느 시점에선 제동이 걸릴 텐데 그때까지 잘 견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맨 먼저 나서서 서둘러서 협상을 조기 타결할 필요는 없다”면서다.(5월 18일 TV 토론)
조기 타결을 독촉하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상반된 입장이었는데, 트럼프의 측근이자 1기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이 대통령 당선 뒤 이런 ‘속도조절론’을 문제삼으며 “그들(한국)은 미국에 ‘FU’(비속어)를 날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관세 협상 관련 이 대통령의 입장 선회는 이런 우려와 달리 트럼프의 기조에 발을 맞출 수 있다는 신호 발신일 수 있다.
日 이시바와 첫 대면, 수교 60주년 기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AFP
일정상 이 대통령이 리셉션에 참석할 수는 없게 됐는데, 오히려 캐나다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직접 만날 더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양국 정상이 함께 축하 메시지를 내는 그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그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일본의 태도에 날을 세워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면의 결과가 이재명 정부의 대일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징용 피해 배상 방안인 ‘3자 변제 해법’과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흔들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 구상도 밝혔는데, 이번 G7 정상회의가 이런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한·미·일 정상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최근 한·미·일 안보 협력을 대중 견제에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용외교≠미·중 등거리 외교’ 오해 불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참관국(옵서버) 자격이지만,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건 그래서 의미가 크다. G7 정상회의 결과물을 한국이 사실상 지지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표방하는 실용외교를 미·중 간 ‘줄타기 외교’로 우려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 대통령이 발신할 대미·대중 외교 노선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는 “중국에도 셰셰(謝謝, 고맙다) 하고 대만에도 셰셰 하고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대만과 중국의 분쟁에 우리가 너무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 “현상을 존중하고 우리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과 부표를 설치했고, 최근에는 대만 침공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항공모함까지 투입해 PMZ 내에서 해상훈련에 나섰다. 이는 대만 유사 상황이 한국 안보와 직결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해 내해화를 위한 중국 특유의 ‘회색지대 도발’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밝힐 관련 입장에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 포진한 인사들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에 의구심을 갖는 기류가 있을 수 있다”며 “첫 정상 간 상견례인 만큼 ‘한국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은 한·미동맹’이라고 분명히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Korea is back’ 한국 정상화 선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개최될 캐나다 앨버타 카나나스키스의 별장. AP=연합뉴스
의전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게 급선무인 가운데 외교·안보 라인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것도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만 임명됐을 뿐 정상외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보실 2차장을 포함해 차장 세 자리 모두 공석이다. 숙련된 외교관 출신인 위 실장이 진두지휘를 한다고 해도 손발이 없는 셈이라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