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뮤지컬 최초 토니상 작품상 받나

“‘아마도(maybe)’보다는 ‘될 것(will be)’에 더 가까워 보인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매체 ‘타임아웃(Time Out)’은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하 ‘어쩌면~’)의 토니상 작품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리는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을 앞두고 ‘어쩌면~’이 뮤지컬 부문 작품상 경쟁에서 다른 후보작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전망이 현지에서 나온다. 이 작품은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각본상·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어쩌면~’이 한국 뮤지컬 사상 두 번째 토니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릴 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한국 뮤지컬은 지난해 ‘위대한 개츠비’가 처음으로 토니상에서 의상디자인상을 받았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나서 제작한 작품. 의상 디자인상은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린다 조가 받았다.

관심은 ‘어쩌면~’이 들어 올릴 트로피의 종류다. 특히 작품상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뮤지컬 작품상 후보는 ‘어쩌면~’을 비롯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데드 아웃로’ ‘죽어야 사는 여자’ ‘오퍼레이션 민스민트’ 등 5개 작품이다.


‘어쩌면~’을 작품상 후보 1순위로 꼽는 예상이 적지 않다. 8일 기준 베팅 사이트 ‘스코어앤스탯(Scores and Stats)’과 ‘OBLG’는 ‘어쩌면~’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각각 89.2%, 75%로 점쳤다. 뮤지컬 평론가 잭슨 맥헨리는 “‘어쩌면~’은 신데렐라 같은 브로드웨이 성공 스토리와 러브 스토리에 담긴 감성 등 토니상 투표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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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미 주요 상을 석권하며 브로드웨이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제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연출상·음악상·작사상·극본상·무대디자인상까지 차지하며 6관왕에 올랐다. 앞서 드라마 리그 어워즈(작품상·연출상), 외부 비평가 협회상(작품상·극본상·연출상·음악상)도 수상했다.

물론 이런 결과가 토니상 작품상 수상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2023년의 경우 뮤지컬 ‘뜨거운 것이 좋아’가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3관왕에 올랐지만, 그해 토니상 작품상은 ‘킴벌리 아킴보’가 받았다. 최근 토니상 포함 4개 작품상을 싹쓸이한 뮤지컬은 2011년 ‘북 오브 몰몬’, 2012년 ‘원스’, 2014년 ‘젠틀맨스 가이드’ 이후 명맥이 끊겼다.

토니상 투표는 뮤지컬 업계 관계자 약 840명이 익명으로 한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이 작품 개발에 참여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최근 제작비 상승 등으로 미국에서도 뮤지컬 원작을 보기 어려운 가운데 ‘어쩌면~’이 뮤지컬 원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5개 후보작 중 뮤지컬 원작 작품은 ‘어쩌면~’이 유일하다.

다만 다른 경쟁작도 작품상을 탈 만큼 훌륭하다는 평가다. 현지에서는 동명의 쿠바 재즈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영원한 젊음을 찾아 나선 뮤지컬 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 영화가 원작인 ‘죽어야 사는 여자’를 유력 작품상 후보로 꼽고 있다.

뉴욕타임스 비평가 제시 그린은 지난달 16일 토니상 예고 기사에서 “나라면 ‘어쩌면~’에 상을 주겠다”고 했지만, 유력 작품상 수상 후보작으로는 ‘죽어야 사는 여자’를 꼽기도 했다.

시상식은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9시부터 열리며, 영화 ‘위키드’의 주인공 신시아 에리보가 사회를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