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불안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로버트 모길니츠키 미국 워싱턴 소재 아랍걸프국가연구소(AGSIW) 선임연구원이자, 조지타운대 겸임교수에게 물었다. 모길니츠키 박사는 중동ㆍ국제 에너지 분야에 권위 있는 전문가다.

로버트 모길니츠키 미국 아랍걸프국가연구소(AGSIW) 선임연구원. 본인 제공.
-최근 OPEC+의 증산 결정이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나.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생산량 협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데.
"사우디가 생산 쿼터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를 벌하고,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증산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OPEC+가 유가를 안정적인 범위에 두는 데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현재와 같은 유가 환경이 길어진다면 사우디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추진하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저유가 요구에 호응하면서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증산 결정은 동맹 내 쿼터 준수를 압박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하는 측면이 더 크다. 현재 OPEC+의 유가 정책은 사우디가 일시적으로 (트럼프의 요구대로) 저유가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정치적 효과도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 손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결국 얼마나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결국 사우디와 다른 OPEC+ 회원국들은 유가가 반등하기를 원할 것이며, 그때가 되면 유가 정책을 백악관과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의 저유가 정책이 역풍을 불러오는 것 아닌가. 유가 하락이 미국 셰일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을 위협하고 있는데.
“유가에는 일종의 '적정가격(Sweet spot)'이 있다. 미국 정치권에 부담을 주지 않을 만큼 충분히 낮으면서도, 동시에 미국 셰일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높은 지점이다. 미국 셰일 생산자들은 그동안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유가 수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 산업의 잠재력을 더욱 극대화하려 했지만, 이미 이 분야는 역사적인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는 분명한 모순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루려는 많은 목표들은 중동 산유국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 있다. 이러한 마찰을 줄이려고 걸프 지역 국가들은 미국 에너지 분야 투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첫 해외 순방으로 중동을 택한 것을 두고 '거래 외교'란 말이 나왔다. EPA=연합뉴스
-OPEC+가 8월 이후에도 추가 증산을 추진할까. 하반기 유가 전망은.
"8월에도 추가 증산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여름 동안 유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유가는 당분간 하방 압력이 계속될 것이다. 시장이나 지정학적으로 변수가 없다면 유가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이다."
-유가 하락이 사우디의 재정에 부담을 주면서,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의 지연이나 축소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네옴은 강한 정치적 의지와 다양한 개발 도전 과제가 얽힌 대형 실험 프로젝트다. 현재의 유가 상황은 부담이 될 것이며, 일부는 우선순위가 재조정될 수도 있다. 유가 하락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거시경제 압력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리더십 교체(새 CEO 선임)도 있었는데, 이는 사우디 정부가 프로젝트를 제자리로 돌리고 방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의 유가 환경은 사우디 정부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단기 유가 변동이 장기적 지출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우디는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할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앞으로 수년간 네옴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면, 사우디 정부의 정치적ㆍ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