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기후대응, 결국 '돈'이 문제…“기후기금 20조로 늘려야”

전남 신안군 안좌면 자라도에 있는 태양광 집적화단지. 사진 신안군

전남 신안군 안좌면 자라도에 있는 태양광 집적화단지. 사진 신안군

“기후대응기금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정부) 총 지출 대비 기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고, 수십 개의 (기후 대응) 사업들이 감액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기후대응을 경제적 기회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후재정포럼(2020재단·녹색전환연구소)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이날 ‘2025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재정 방향 제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핵심 정책으로 삼은 이재명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후대응기금 등 기후재정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 등 여러 기후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후대응기금 20조 원 확대…대규모 전환 사업 마련”

보고서는 새 정부가 기후 대응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재정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를 임기 말인 2030년까지 20조 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대응기금 규모 및 정부 총지출 대비 비중

기후대응기금 규모 및 정부 총지출 대비 비중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대응기금은 만들어진 지 4년째가 됐는데도 2조 4000억 원 수준에 정체돼 있다. 정부 총 지출 대비 비중은 0.4%에서 0.3% 대로 오히려 줄었다. 

최 선임연구원은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확대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전입금 증액을 통해 기금을 20조 원까지 확장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며 “(기금을 활용해) 지붕 태양광이나 히트펌프 보급같은 대규모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 사업을 기후대응의 대표 사업으로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보조금 12.9조…재생에너지 10배”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기후재정 방향 제안 기자간담회'. 뉴스1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기후재정 방향 제안 기자간담회'. 뉴스1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분석 결과, 지난 정부 기간(2023~2025년) 화석연료 보조금은 연평균 12조 90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보조금(1조 3000억 원)의 10배 수준이다. 보고서는 임기 중에 현행 화석연료 보조금의 80% 이상을 줄이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는 '한시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3년 8개월 동안 연장되면서 현재까지도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줄이지 않고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건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기후재정계획 수립 ▶기후예산 거버넌스 확립 ▶기후대응 세액공제 제도 신설 등을 제안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명확한 재정 계획과 예산 편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