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 10일 중국 산둥성 얀타이 항구에서 수출을 앞둔 중국산 전기차들이 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을 동시에 겪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해외에 저가로 수출할 전망이다. 앞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달 22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 할인해 판매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지난달 31일 “가격 경쟁에 승자는 없다”며 단속에 나섰지만, 과열된 경쟁은 좀처럼 식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장시성 난창의 장링 신에너지차 생산라인에서 완성된 차량들이 최종 테스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신경진 기자
중국의 저가 전기차 밀어내기가 본격화하면 동남아·중동·남미 등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 신흥국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한국의 동남아국가연합(ASEAN) 자동차 시장 점유율 2023년 5.3%에서 지난해 5%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3.4%에서 5%로 올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내부에 쌓여있는 재고를 유럽을 비롯해 동남아·중동·남미 등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중국 전기차의 수출 가격은 내수 판매 가격보다 더 비싸 가격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가동중단된 베이징현대 제1공장 전경. 연합뉴스
다만 북미와 유럽 등 관세 장벽이 높은 선진 시장에서는 중국의 전기차 밀어내기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곳에선 중국 전기차보다는 테슬라 등 고급 브랜드가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쟁자로 지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된 테슬라 불매 운동이 현대차그룹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4월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42만2000대)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의 판매량(19만대)은 11% 늘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